시골 특성 살린 체험관광 ‘대박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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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잠곡3리 누에마을의 가로수는 온통 뽕나무다. 이 마을은 앞산의 형상이 누에를 닮았고, 1960~70년대 실제로 주민들이 누에를 많이 쳤다. 60년대 지어진 ‘잠곡(蠶谷)’이라는 마을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하지만 양잠은 더 이상 마을의 주 수입원이 아니다. 높은 인건비 등으로 양잠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면서 마을의 뽕나무도 80년대 들어 대부분 사라졌다. 마을의 뽕나무 가로수 길은 잠곡3리가 2006년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 되살아났다. 마을의 정체성을 뽕나무에서 찾은 주민들은 3000그루를 곳곳에 심었고, 이를 활용한 체험관광 사업에 매달렸다.

경남 밀양시 단장면 밀양 산대추마을을 찾은 체험객들이 6일 과수원에서 사과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엔 올해 7000여 명의 체험객이 다녀갔다. [송봉근 기자]


누에가 잠에서 깨어나는 5∼6월에는 뽕잎 따기·먹이 주기·뽕잎칼국수 시식으로 구성된 누에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계절 가능한 초가집 체험, 가을철 김장 체험 상품도 내놓았다. 지난해 마을의 체험관광 매출액은 550만원. 올해는 10월 말까지 1900여만원을 기록했다. 적은 액수지만 주민들은 용기를 얻었다. 전택운(59) 마을운영위원장은 “앞으로 뽕나무 3만 그루를 더 심고 양잠시설도 갖춰 내년에는 여름·가을에도 누에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골의 단면을 보여주는 체험관광이 농어촌의 블루오션(차별화와 저비용을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것)으로 떠올랐다. 바닷가 마을의 갯벌 체험, 강원도 산골 마을의 너와집 체험 등 정보화마을들은 마을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올해 191개 마을이 참여해 677개의 체험관광 프로그램(누적)을 내놓았다. 전국적으로 17만 명이 참가해 25억원(인터넷·전화 매출 합산액)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전자상거래로 연결=6일 경남 밀양시 단장면 밀양 산대추마을. “어럇샤∼”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한 쌍의 남녀가 떡메 치기에 여념이 없다. 찹쌀은 금세 떡으로 뭉쳐진다. 참가자들은 막 만들어진 따끈한 인절미로 파티를 벌였다. 이날 체험행사 참가자들은 밀양시 공무원·사회복지사 90여 명이었다. 떡메 치기가 끝나자 과수원에서 사과 따기가 이어졌다. 한 사람당 사과를 세 개씩 따가도록 한 뒤 과수원 주인 정성록씨가 받은 돈은 40여만원(1인당 5000원). 하지만 정씨는 “체험객이 돌아간 뒤 사과·배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전남 진도군 지산면 소포검정쌀마을도 체험관광이 마을 특산품의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 마을은 남도소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난해 2000명, 올해 3000명의 손님을 끌어들였다. 검정쌀 판매액도 덩달아 늘어나 지난해 1억2000만원이던 것이 올해 2억원을 넘겼다. 임귀진(55) 마을운영위원장은 “체험객 대부분이 쌀 등 마을 특산품을 사 간다”고 전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체험’이 ‘돈’을 부르자 마을들은 철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충남 홍성의 용봉산 체험마을은 2∼5월 딸기 따기로 한 해 체험 농사를 시작한다. 4∼5월에는 방울토마토 따기, 9월 말∼10월 초 배 따기, 10월 중순 고구마 캐기, 10∼11월 사과 따기로 이어진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정보화마을 운영사업단의 이정하 체험팀장은 “2~3년 전부터 학부모 사이에 일기 시작한 친환경 교육의 열기가 농촌 체험 수요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체험 프로그램 개설을 상담한 마을이 20곳을 넘는다”며 “체험관광은 전자상거래 판매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찬호·김상진·서형식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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