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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한국문화센터 세웠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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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몽골에는 ‘구름 사이로 비친 해’라는 말이 있다. “눈비가 오거나 폭풍이 일어나기 전에 기회를 잡으라’는 뜻이다. 가끔은 몽골과 한국 관계가 이 속담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든다.

몽골과 한국은 700여 년 동안 관계가 단절됐었다. 양국은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1990년 수교했고 그 후 18년간 관계가 급속히 발전했다.

개척자들은 양국의 사업가, 학자, 대학생 및 선교사들이었다. 중앙일보와 성균관대가 몽골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을 위해 개최한 ‘한글 백일장’ 같은 행사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민간외교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몽골에는 아직 한국문화센터가 없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 및 러시아는 전부 몽골에 종합문화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문화센터, 몽골학연구센터가 있을 뿐 아니라 석·박사과정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 제도 등 산만하지 않고 통합된 지원 정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의 한복판에 꽤 큰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일본 종합도서관, 인터넷센터를 비롯해 세미나실, 도서열람실, 일본 영화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있다. 몽골 국민에게 일본 문화를 알리면서 동시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이 지은 이 센터는 몽골뿐만 아니라 한국 유학생도 많이 이용한다. 일본 정부는 또 몽골에 꽤 많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세웠다.

한국의 경우는 접근 방법이 좀 다른 것 같다.

한국은 몽골에 몇몇 문화방을 세워 책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와 수준은 문화센터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나마 이 문화방을 운영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다. 문화방을 연다면서 이벤트를 하고 간판은 붙여 놓았지만 아무도 찾지 않으니 결국 돈만 낭비하는 셈이다. 한국을 아는 나로서는 안타깝다. 일본이나 그 어떤 나라보다 풍부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가 몽골에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도 몽골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몽골 국민들은 한국 문학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몽골에 대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했으면 좋겠다. 몽골에 한국문화센터가 생기면 한국을 알고 싶은 몽골인뿐 아니라 이곳에 와 있는 한국 유학생과 한국 교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700년간의 구름이 걷혀 이제 반짝 해가 나고 있다. 한·몽 두 나라 모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제 바트터르 몽골국립대 국제관계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