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 싸게 팔아도 탈 세일약국 잇단 영업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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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구 경성약국(대표약사 손영란)은 이달초 표준소매가 3만1천3백50원인 H제약의 혈액순환개선제 .아트만'을 6천원에 구입해 1만5천원에 팔다 적발돼 30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됐다. 무려 1백50%의 폭리를 취했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여길지 모른다.그러나 이 약국에 대한 처벌근거는 이런 상식과는 정반대로 .너무 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고시(제95-4호)에 .표준소매가의 70%(공장도가)이상,1백10%이하로 판매해야한다'고 규정돼 있다.그러니까 표준소매가의 70%인 2만1천9백45원에 팔아 2백66%의 마진을 챙겼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1백50% 까지만 챙긴것이 위법이라는 설명이다.
경성약국같이 공장도가 이하로 .박리다매'하는 약국은 전국적으로 5백여곳.이 가운데 약을 싸게 팔았다는 이유로 문을 닫아보지 않은 약국은 한군데도 없을 정도다.특히 20여개 대형약국이있는 대구시의 경우 올들어 10월말까지 영업정지 처분이 1백76건으로 한곳당 8.8회꼴이다.이처럼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헐값(?) 판매를 하는 것은 공장도가가 제약업체의 실제 출하가격보다 크게 높아 공장도가로만 팔아도 큰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K약국(대형)의 경우 모 든 약을 공장도가 이하에팔면서도 지난 10월 마진율이 40%에 달했다.
이때문에 일부 약국은 서류상의 마진폭을 줄이기 위해 제약회사로부터 허위계산서를 받는등 갖가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 J약국.Y약국등 2곳에 문을 연 K(37)씨는 “대형약국 대표약사는 약국일은 접어두고 단속을 피하기위해 청탁하러 다니거나 자신을 고발한 인근 약국의 약점을 캐 협상카드를 만드는게 본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진정 소비자편이라면 의약품도 화장품처럼 오픈프라이스제(판매자 가격표시제)를 허용,싸게 파는 약국을 범법자로 다루는폐해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보건복지부 이경호 약정국장은 “소비자가 약값 바가지 쓰는 것을 막자는게 의약품가격관리의 본래 취지임에도 불구,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가격하락 억제쪽으로 흐르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판매에 서비 스나 질 경쟁보다 가격경쟁이 우선될 경우 의약품 전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심화되는등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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