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昌' 처리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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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SK비자금 사건을 연결고리로 해 지난해 8월 손길승 회장을 소환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지 9개월 만이다.

검찰은 사상 초유의 대대적인 수사를 하면서 한나라당 김영일,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 등 13명의 현역 의원을 구속하고 40여명의 기업인과 관련 정치인들을 함께 사법처리했다.

검찰은 17일 체포영장이 집행된 자민련 이인제 의원을 끝으로 대선자금과 관련된 정치인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기업체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 검사도 이번주 중 원주지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수사 종결을 선언하지 않을 것 같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형식적인 수사(修辭)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당장 이번 사건의 최대 화두인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盧대통령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지난 14일 결정선고를 하면서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려줬다. 하지만 李전 총재에 대한 처리는 검찰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지난 13일 예정됐던 검찰의 입장 발표가 17일로 미뤄졌고, 다시 1주일 정도 연기된 것이다.

검찰이 두 사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히더라도 정치적으로 여론 비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수사를 계속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처리와 함께 조만간 삼성과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도 정리하기로 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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