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기부法 변칙처리 관련 與 전격 단독처리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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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당의 단독 통과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극도의 보안속에서전격적으로 이뤄졌다.성탄절로 야당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26일새벽 서울시내 4개지역에 집결한 여당의원들은 관광버스편으로 국회에 도착해 본회의장에서 7분만에 11개 법안 을 번개같이 통과시키고 해산했다.
◇전략수립=작전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8시 신한국당총무실에서 수립됐다.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과 강삼재(姜三載)총장.서청원(徐淸源)총무.신경식(辛卿植)정무장관.이완구(李完九)비서실장등이 회의에 참석해 격론끝에 26일을 D 데이로 잡았다.성탄절 휴일로 야당의 긴장이 풀려있을테니 그 틈을 이용,전광석화처럼 해치운다는 골격을 마련하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총무단에 일임.이날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과 진념(陳稔)노동부장관은 노동관계법 최종 수정안을 확정,수 정 법안 인쇄를 맡기는등사전준비를 마쳤다.
총무단은 25일 여의도의 음식점에 모였다.이 자리에선 시간대선정이 중점 논의됐는데 보안을 위해 출근이 시작되기전 처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아래 오전6시 처리로 최종 낙착.연내 처리방침을 굳힌 신한국당은 당초 3가지 방안을 준 비했다.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 본회의를 열어 강제 통과시키는 방안,도서관 대회의실등 제3의 장소에서 처리,새벽 처리등이었는데 제3안이 채택된 것.
◇통보.집결=신한국당 지도부는 25일 오전 소속의원 전원에게비상대기령을 발령,서울을 떠나지 못하게 한뒤 오후10시쯤부터 각 상임위원장과 부총무들이 두차례에 걸쳐 의원 전원에게 작전시각과 집결장소를 전화로 하달.
국회사무처 직원들은 김수한의장이 비상을 걸어 26일 새벽 출근토록 했으며 국회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외부로 전화하지 못하도록 해 보안을 유지했다.
의원들은 강서구 나이아가라.리버파크호텔과 강남 팔레스호텔,마포 가든호텔등 여의도에서 비교적 가까운 4곳에 오전5시30분쯤속속 집결.의원들은“절대 보안을 지키라”는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대부분 택시를 타고 왔으며 정형근(鄭亨根)의 원처럼 부인차를 타고 집결장소에 온 경우도 있었다.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온일부 의원은 운전기사에게까지“전방으로 위문간다”고 연막을 피웠다.총무단은 보도진에게도 알리지 말 것을 의원들에게 각별 당부한뒤 증인을 위해 연합통신에만 연락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1명에게 취재할 수 있도록 한뒤 각 언론사에 제공토록 했다.TV화면은 국회방송이 촬영,방송사에 제공.
관광버스마다 부총무와 상임위 간사들이 탑승해 일일이 출석을 점검했다.이들은 이동중 다른 버스와 무선전화기로 서로 연락,의사당 도착시간을 맞추는 치밀함을 보였다.버스 4대가 의사당 뒤편 윤중로에 동시 도착한 시간은 오전5시55분.
이들은 곧바로 의사당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면서 의사당안의 동정을 살폈고“이상 무(無)”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건물안으로 진입했다.
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등 의원겸직 장관들도 줄줄이 새벽에 불려나왔고,안경사협회 뇌물사건으로 부인이 구속되고 자신은 장관직을 불명예 제대한 이성호(李聖浩)전보건복지부장관도 참석.

<김진.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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