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기부法 변칙처리 관련 虛찔린 野 분노의 公鬪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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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허찔린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뒤늦게 국회로 나와 분을 삭이지 못했다.양당은 변칙처리에 대비,나름대로 공동전략까지 짜두었으나여당이 성탄절 휴일 직후의 새벽을 이용하는 바람에 결국 당했다. 양당은 의원총회와 합동회의를 잇따라 열고 의원직 총사퇴.청와대 항의행진등 과격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며.분노의 하루'를 보냈으며 본회의장에서 이틀간 시한부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저지작전 무산=국민회의측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25일 밤부터 원내총무실 직원 2명을 철야대기조로 당직을 세웠으나 이들이새벽무렵 귀가하는 바람에 현장을 포착하는데 실패.
오전5시30분쯤부터 상임위 자료정리차 국회에 나와있던 당 농수산위 소속 이희준(李僖駿)전문위원이 구내방송을 통해 날치기 진행사실을 듣고 단신 본회의장으로 달려왔으나 이미 상황이 끝난뒤였다. 양당은 이에 앞서 24일 잠적중이던 오세응(吳世應)부의장을 사회로 한 여당측의 기습처리에 대비,26일 아침부터 의원보좌관.비서관등을 국회 출입구 주변과 의원회관.도서관등 곳곳에 배치해 여당의원들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하며 특이한 움 직임을 보이면 누구든.비상'을 거는.안테나 작전'에 돌입키로 결정.또 의원들을 여전히 의장실과 부의장실.본회의장점거등에 투입한다는 수비작전을 짰으며 합동의총도 당초 오후1시 예정에서 오전9시로 일찌감치 앞당겼으나 모두 무위.
날치기 직후인 오전6시13분쯤 국민회의측은 남궁진(南宮鎭)수석부총무가,자민련측은 이정무(李廷武)총무가 하순봉(河舜鳳)신한국당 수석부총무로부터 각각 전화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양당 총재에게 각각 보고.
이때부터 부랴부랴 연락,양당은 오전8시쯤 각각 총재 주재의 긴급 간부회의를 국회총재실과 당총재실에서 갖고 대책마련에 나서는등 비상태세에 돌입.개별적으로 열린 두당의 의원총회에선.김영삼 구데타'.의정사상 가장 심각한 폭거'.의회민주 주의의 말살과 의회정치의 조종(弔鍾)'등 독설이 가득했다.
양당에서 각각 의원직 총사퇴 제의가 나왔으나 두총재가 만류했다. ◇의원총회.농성=오후1시부터 본회의장.예결위장으로 자리를옮겨가며 열린 양당 합동 의원총회에선 격렬한 대여(對與)성토로일관. 김대중(金大中)총재는 격한 어조로“4.19 직후 자유당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야당파괴와 유사하다”며“3.15 부정선거로 결국 자유당이 멸망한 것처럼 김영삼(金泳三)정권도 결코 이같은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규탄.그는“이제 더 이상 현정부는 문민정부가 아니며 金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될 수없다”고 단언.
김종필(金鍾泌)총재는“자민련의원등을 끌어들여 의석수를 불리더니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에 기습적으로 이같은 엉뚱한 일을 저질렀다”며“이런 사람들한테 더이상 권력을 맡겨 독단과 전횡을 저지르게 해선 안된다”고 성토.
의원들은 또“金대통령의 즉각 하야 결의”“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등 초강경발언.
의원들은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한채 본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겨 토론을 계속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양당 총재 회동이 끝난뒤 국민회의 한광옥(韓光玉).자민련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은 청와대를 방문,김영삼대통령과의 조속한 면담을 요구하는 양金총재 명의의 서한을 전달했다.
韓총장은 김광일(金光一)비서실장에게“이번 일을 막기 위해 민주화 투쟁을 같이했는데…”라며 서운함을 전달했고 金실장은“대통령에게 말씀드리겠다”고만 언급.

<김석현.이하경.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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