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中 관광객 흡수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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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싱가포르 항공사들이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항공료 할인경쟁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 로이터=연합]

화교 국가인 싱가포르가 중국 대륙의 관광객 쟁탈전에 나섰다.

해외 나들이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2000만명을 넘어선 데다 홍콩.마카오 경제가 밀려드는 중국 본토인 덕택에 호황을 누리는 현실을 감안해서다. 관광객 유치로 서비스.유통 산업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 들어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선전(深)등 경제 발전이 빠른 13개 도시에 사는 중국인들의 싱가포르 개인관광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들 지역의 주민들은 앞으로 재산증명서(또는 증거금) 없이 싱가포르 입국 비자를 받을 수 있고 비자 신청.발급 시간도 하루로 단축된다. 또 체류 기간도 30일 이내로 크게 늘어난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홍콩에서 개인 관광비자를 받으려면 10~15일 걸리고 체류 기간도 7일 이내인 데 비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그 뿐만 아니다. 싱가포르의 타이거항공사는 오는 9월부터 기존 항공료보다 훨씬 싼 값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싱가포르 노선의 취항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항공 역시 새로운 황금 시장을 잡기 위해 항공료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 남동쪽의 한 섬에 호텔.해수욕장.쇼핑센터와 함께 도박장을 개설해 해상 대교로 잇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방안들은 관광.쇼핑.도박을 한꺼번에 하려는 중국인을 겨냥한 것이다. 싱가포르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56만명선.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번째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일본인 관광객보다는 더 많은 숫자다. 이들은 대부분 말레이시아.태국을 둘러본 뒤 싱가포르에서 쇼핑하는 추세다.

홍콩.마카오는 이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홍콩 관광업계에선 "싱가포르의 푸퉁화(普通話.중국 대륙에서 쓰는 표준어) 수준이 홍콩보다 더 높아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중국 관광객이 기차로 올 때는 홍콩이 가깝지만 비행기를 탈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고 우려했다.

반면 "중국과 싱가포르를 잇는 항공노선이 취약한 현실에서 단기적으로는 홍콩을 거쳐 싱가포르를 오가는 관광객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한편 싱가포르의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리셴룽(李顯龍)부총리는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중.싱가포르 간의 무역 자유화를 조속히 실시하고 ▶싱가포르에 '중국 상업센터'를 건설하며 ▶싱가포르의 중서부 개발 참여를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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