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방] 신허 요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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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욕이 유행하면서 탕 속에서 억지 땀을 내는 40대 중년들이 여간 안쓰러워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언뜻 보기에도 얼굴이 수척하고 왜소해 지나치게 땀을 내면 오히려 기가 빠지고 탈진할 것 같은 지인을 만났다.

하도 안쓰러워 '도대체 무슨 병이 있기에 이렇게 늘어지도록 땀을 내느냐'고 물었다. 그 분은 평소 허리가 자주 아프다고 했다. 그것도 아침에 일어날 때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도 억지로 움직이면 좀 나아지긴 하지만 아침마다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

어떤 때는 새벽에 통증이 너무 심해 서성대며 꼬박 날을 샐 때도 있다고 한다. 나이도 젊은데 부부관계는 엄두도 못 내고, 혹 관계를 하더라도 도중에 허리가 아파 피하게 된다고 한다.

한방에선 이러한 증상을 '신허(腎虛)요통'이라고 한다. X-선 사진을 찍거나 검사를 해봐도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받을 뿐이다.

한방에서 신장은 배설을 주관하는 능력 외에도 인체에 필요한 호르몬을 만들며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장기다.

신장 기능이 허약해지면 뼈도 약해질 뿐만 아니라 뼈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 퇴행이 빠르게 진행된다. 아침에 일어나 허리가 아픈 것도 신장이 허한 상태에서 밤새 오랜 시간 누워있게 되면 허리의 만곡을 지탱하는 근육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허요통에는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과 숙지양근탕(熟地養筋湯)을 복용해 근본적인 치료를 해줘야 한다.

육미지황환은 산약과 산수유.숙지황을 주재료로 한 보음제로 신장의 기운이 허약해 진액이 부족한 것을 치료하며 골수를 윤택하게 한다.

또 우슬과 두충.숙지황이 주재료인 숙지양근탕은 신허로 인해 근골격이 허약해지고 힘이 없는 것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보음제는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의 피로를 풀어주고 강화해 궁극적으로 통증을 가시게 한다.

반신욕이 요통에 좋다고 하지만 신허요통 환자가 장시간 땀을 내면 오히려 기가 빠지고 탈진해 병세가 더 악화할 수 있다.

가정요법으로는 보음 효과가 있는 호두와 검은깨.두충.구기자를 권한다. 또 커피 대신 두충차나 구기자차를 수시로 마시고 깐 호두를 매일 다섯 개씩 먹으면 관절이 부드러워져 지내기가 훨씬 편해진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ww.jas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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