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최후의 역공, 백9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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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6국
[제5보 (82~96)]
白.劉昌赫 9단 黑.安祚永 8단

8단의 흑▲는 '세력을 집짓기가 아닌 공격에 사용하라'는 기리 그대로의 수다. 타개나 탈출은 상대에게 기대면서 하는 게 행마법이다. 劉9단이 82, 84로 움직인 배경이다.

그러나 安8단이 87의 날일자로 압박하자 백대마는 갑갑해진다. 공격 전문인 劉9단은 공격당하기 싫어서라도 바둑을 두텁게 둔다. 그러나 오늘은 상대의 공격 앞에 동분서주, 체신을 잃게 됐다. 가난에는 장사가 없는 법. 너무 궁색해 실리를 만회하려다 그만 엷어졌고 엷어지니 공격당한다. 공격당하니 숨가쁘다.

88로 비스듬히 나갈 때 안조영의 89, 91이 억센 동아줄. 멍하던 劉9단의 눈에 순간적으로 불이 번쩍인다. 92로 사납게 맞끊어 흑대마에 대한 역공을 가한다. 얼핏 흑도 어려워 보인다.'공격할 때는 나부터 돌아보라'는 공피고아(攻被顧我)의 비결을 외면하다가 걸려든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安8단이 태연히 93에 두는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닌 듯싶다.

아니나 다를까. 劉9단은 94로 물러서고 있다.'참고도' 백1로 돌파할 수만 있다면 공격군을 양분해 격멸할 수 있을 텐데 흑2의 평범한 한수로 그게 안 되는 것이다. 흑6에 이르러 백대마가 먼저 끊어지는데 끊어지면 집모양이 전혀 없다. 혼자 세번은 거푸 두어야 목숨을 건질 수 있는 모습이다. 94는 한발 물러서서 최소한의 탄력을 확보한 수였다.

그리고 95를 기다려 劉9단은 96으로 최후의 역공에 나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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