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공연장 객석에서 생맥주 마시면서 차이콥스키 연주 즐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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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브스키

재즈 공연도 아니고 교향곡 연주회 때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건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얘기다.

7일 밤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무대에 선 ‘계몽시대의 오케스트라(Orchestra in the Age of Enlightenment. 이하 OAE)’는 1부 공식 프로그램과 중간 휴식을 끝낸 다음 밤 10시부터는 맥주잔을 객석 안으로 들고 들어와도 좋다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했다. 물론 맥주를 마시며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은 미리 홍보를 통해 알려졌고 덕분에 젊은이들이 음악회장을 가득 메웠다.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에 위치한 로열 페스티벌 홀 로비는 생맥주, 와인, 양주까지 다양한 술을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점심 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을 위한 무료 재즈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이날 공연의 제목은 ‘야간 교대’(Night Shift). 금요일 저녁이면 회사 근처 또는 통근 열차가 출발하는 기차역 부근의 펍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런던 직장인들에겐 음악회 관람이 부담스럽다. 술을 못 마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술도 마시고 음악회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로비의 바

OAE의 ‘야간교대’공연은 젊은 세대를 클래식 음악회로 끌어들이려는 고육책 중의 하나다. 공연 내내 부동자세로 꼼짝 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클래식 콘서트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공연에서 지휘봉은 러시아 출신의 신예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브스키가 잡았다. BBC의 클래식 방송의 명MC의 해설도 곁들였다.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백조의 호수’등으로 꾸며졌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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