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해외합작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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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최근 개봉된.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어느 나라 영화일까.스코틀랜드가 배경이고 배우들 역시 영국인들이지만 제작국은 덴마크.
프랑스.영국등 세나라다.지난 여름 개봉된 액션물.타순가'역시 완전 미국영화 같지만 제작국은 유럽 3개국이고 촬 영은 노르웨이에서 했다.
이같은 다국적 영화는 유럽영화에선 보편적 현상이다.할리우드의세계 지배에 맞서 대자본을 손쉽게 끌어들이고 유리한 해외 배급망을 확보하려는 약자들의 연합생존전략인 것이다.
연간 시장 규모가 2천억원에 불과하고 할리우드에 압도당한 한국영화야말로 살길은 해외합작이다.지난해까지 국산 완제품을 수출하는 수준이던 한국영화가 올해는 아시아.유럽.미국 3대륙에 걸쳐 합작영화를 10편 넘게 제작해.세계화 원년'이 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주목을 모으는 시도는 한국.폴란드 합작영화.씨네2000(한국)과 폴란드 MS영화사가 25만달러씩 내고 내년 상반기중 중급예산(Mid-Budget)아트영화를 만들 예정이다.
주연배우 안성기와 서울단편영화제 수상자 문승욱 감 독 외엔 전부 폴란드 배우.스태프가 도맡는다.키에슬롭스키.안제이 바이다등거장을 배출한 폴란드의 영화 전통을 흡수하고 유럽 배급망을 통해 전유럽에 한국영화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동아수출공사가 영국방송사 그라나다와 합작해 만드는 40억원짜리 스릴러물.더블 크로스',한국인이 프랑스에 직접 영화사를세우고 만드는 프랑스영화.레스토랑',유럽 18개국에 판권이 사전판매된 한.불합작.달빛 맹세'등 유럽 진출 영 화는 4편이나된다. 한국영화의 대미합작도 활발하다.박중훈이 주연으로 기용된본격 액션물.아메리칸 드래곤(41면 소개)'이 지난달 크랭크인했고 최근 촬영 완료한.페이킨 드 펑크'는 흑인가정에 입양된 동양아동의 정체성 불안을 코믹하게 그린 설정으로 미국 인 관객을 노리고 있다.또 드림서치가 PD출신 고석만 감독을 앞세워 만드는.제이슨 리'는 폭스등 메이저회사들이 배급 의욕을 보이고있어 당초 규모보다 훨씬 덩치 큰 작품이 되리라는 전망.
이밖에 조은숙.량차오웨이 주연으로 곧 크랭크인할.쿵후 마스터',신씨네가 홍콩의 제트론사.프랑스의 UGC사와 공동제작키로한.북경의 여름'등 한국.홍콩 합작물도 4편에 이르고 있다.
이들 합작영화가 성사되기 까지는 난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합작 경험이 일천한만큼 현지 스태프와 한국 제작진의 의견조율 문제부터 제대로 된 현지 배급망 확보까지 뚫고 나가야 할장애물이 산적해 있다.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 제는 한국적 신선함을 간직하면서도 외국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가 관건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영화가 외양은 서구적인데 내적 논리는 한국적정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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