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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가성근시 때 안경 쓰면 진짜 눈 나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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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력 교정을 할 때는 각막 상태, 안구 길이, 시력 검사 등을 종합한 맞춤치료가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서경률 교수가 근시환자를 정밀 검사하고 있다. [연세대의료원 제공]

나는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고, 마음을 전달하는 창이다. 사랑·미움·절망·희망도 나를 통해 표현되며, 갓난쟁이가 어른으로 자랄 때까지 배우는 모든 과정에서 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인간의 몸값을 천냥으로 치면 나는 구백냥의 가치를 인정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21세기 현대문명과 더불어 가장 모질게 혹사당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기기가 하루 종일 나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병들면 인간의 삶은 답답함을 넘어 암흑 세계로 빠져든다. 나의 정체는 ‘눈’이다. 11일은 대한안과학회(이사장 한림대의대 이하범 교수)가 지정한 ‘눈의 날’ .이를 계기로 시력의 문제를 점검해 본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근시=‘8~15%(1970년대)→23%(1980년)→38%(1990년대)→46.2%(2000년대)’ . 대한안과학회가 발표한 국내 초등학생 근시 환자의 유병률이다. 컴퓨터·휴대전화·TV·게임 등 눈 앞에 물체를 지속적으로 대하는 일이 초등학생 때부터 보편화된 탓이다. 근시는 안구의 앞뒤 길이(=안축장)가 길거나 렌즈가 두꺼워 물체의 상이 망막 앞에 맺히는 질환. 대부분 초등학교 2~3학년에 시작해 18~20세쯤 진행을 멈추는 단순 근시다. 하지만 병적 근시는 선천적으로 안축장이 길어 20세 이후에도 교정시력이 떨어지고 망막 박리 등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근시가 진행성이다 보니 단순 근시라도 20세까지는 6개월~1년마다 정기검진을 통해 시력 변화에 따른 안경 도수를 교체해야 한다. 안경을 쓴 이후로 눈이 계속 나빠지는 게 아니라 눈이 계속 나빠지기 때문에 적절한 도수의 안경으로 바꿔줘야 한다. 일단 성인이 된 근시 환자는 원추각막·포도막염·녹내장·망막박리 등 질병이 없는 한 시력교정술을 받을 수 있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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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수술은 눈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를 받는다. 단순 근시와 달리 병적 근시는 평생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합병증 발병을 막아야 한다.

◆방치하면 진짜 병 되는 가성 근시=가성 근시는 말 그대로 눈을 지나치게 혹사해 일시적으로 근시 증상이 나타난 상태다. 가장 흔한 원인은 컴퓨터나 TV를 가까이에서 오래 본 경우다. 수축된 안구 근육이 제자리를 못 찾아 발생한다. 안과에서 약물로 시력을 조절하는 능력을 마비시킨 뒤 굴절력을 검사한다. 문제는 가성 근시 상태에서 ‘이제 눈이 나빠졌다’고 무작정 안경부터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평생 안경을 써야 하는 근시 환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근시가 아니었던 사람이 갑자기 근시 증상이 나타날 땐 안과에서 굴절력 정밀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갑자기 시력 저하를 느끼는 원시=원시는 근시와 반대로 눈의 앞뒤 길이가 짧아 상이 망막 뒤에 맺히는 병이다. 원시는 심하지 않은 경우, 젊을 땐 안구 근육과 렌즈의 수축력이 좋아 별반 증상 없이 지낸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조절력이 떨어지면 갑자기 먼 곳과 가까운 곳의 물체가 동시에 잘 안 보이는 느낌을 받는다. 흔히 ‘노안이 빨리 온다’는 불평도 한다. 원시 치료는 오목렌즈로 교정하는 근시와 반대로 시력에 따라 볼록렌즈로 교정해 줘야 한다.

간혹 안축장의 길이가 너무 짧아 어릴 때부터 교정이 필요한 심한 원시 환자도 있다. 이런 사람 역시 근시와 마찬가지로 원시 상태가 성장과 더불어 진행한다. 따라서 6개월∼1년마다 시력검사를 통해 적절한 볼록렌즈로 교정해 줘야 한다. 

황세희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안과 서경률 교수, 서울아산병원 안과 김재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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