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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특수, 기대도 안 해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호 28면

“과자 사는 양이 확실히 줄었어요. 아이들에겐 과자 대신 과일을 먹이려고 해요.”
서울 아현동에 사는 주부 박은진(35)씨는 “뭘 믿고, 믿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확인하고 산다”고 말했다.

멜라민 파동 두 달, 가시지 않은 먹거리 불신

중국에서 단백질 대신 멜라민을 넣은 분유를 먹고 유아들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은 9월 중순. 곧 이어 해태제과·롯데제과 등 대기업이 파는 과자류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후 뉴질랜드산 분유의 원료인 락토페린에서 멜라민이 나오고, 건빵·초콜릿과 일부 사료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문제가 된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엔 ‘의심스러운 제품은 무조건 안 먹는다’는 심리가 확산됐다.

한 대형 마트의 조사에 따르면 멜라민 파동 이후 비스킷류 매출은 한때 30% 넘게 떨어졌다. 학교들이 현장학습을 하는 10월에도 비스킷 판매는 회복될 기미를 안 보였다. 대신 유기농 과자나 과일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두 품목의 매출은 한때 40% 이상 치솟기도 했다.

멜라민 파동이 불거진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과자류 매출은 아직도 이전의 80%대 수준을 맴돌고 있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불신은 여전하다. 올해엔 11월 11일 ‘빼빼로데이’ 특수가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직거래 생활협동조합 인기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활협동조합(생협)이나 유기농 전문매장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풀무원이 운영하는 유기농 전문매장 ‘올가(ORGA)’는 올해 매출이 5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370억원)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생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두레생협의 경우 10월 가입 회원 수가 1844명으로 9월(1107명)보다 60% 증가했다. 이곳에서 파는 김장김치 재료는 지난달 말 벌써 동났다. 예상 마감일(11월 14일)보다 보름이 빨랐다. 아이쿱생협에선 옹기로 만든 김장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플라스틱 김치 보관 용기에서 멜라민이 나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여성민우회생협에선 장애인을 고용한 사회적 기업 ‘위캔’에서 납품하는 과자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재료만 사용해 믿을 수 있고 맛도 좋다는 평가 덕분에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분유업계는 수출 늘어 희색
올해는 식품업계에 ‘설상가상’의 해다. 상반기 ‘쥐꼬리 새우깡’ ‘칼날 참치캔’ 등 ‘이물 파동’에 이어 하반기 멜라민 파동이 겹쳤다. 대형 식품회사 대부분이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은 일절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안전관리 강화는 최근 식품업계의 화두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해태제과는 세계 각국의 식품 성분 관련 정보를 조금이라도 빨리 입수하기 위해 지난달 국제적인 식품 분석기관 두 곳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롯데제과는 식품 원료 수입처를 유럽과 캐나다로 바꾸고 원료 도입 단계부터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 한편 멜라민 파동으로 이득을 본 식품업체도 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분유의 중국 수출 물량이 대폭 늘었다.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월 1500캔 정도였던 매일유업의 중국 분유 판매량은 지난달 7만 캔으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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