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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케네디’ 시대의 주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호 2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가 시작됐다. 투자자 사이에서도 그의 새 리더십이 반 토막 연금과 실직 아픔을 달래줄 것이란 기대감이 무성하다. 미국에선 아서왕 신화에 빗대 오바마 당선인을 ‘캐멀롯의 황금시대’라 불렸던 케네디 전 대통령에 비견하는 설렘도 가득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이번 주부터 더욱 줄 이을 ‘오바마 뉴스’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밤사이 소식에 잠 못 드는 투자자도 더욱 늘 것이다.

투자자들은 괴로울 때면 역사에서 답을 찾았다. 폭락 뒤의 급반등 교훈, 공포 때 매수한 자들의 무용담…. 이번 위기에서도 역사적 담론이 무성하다. 그러나 두려움도 그렇지만 희망을 가질 때도 지레짐작은 투자자의 적(敵)이다.

미 투자사이트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모든 것이 호시절이었다고 생각하는 케네디가 집권한 1961년 초부터 63년 11월 암살당할 때까지 다우지수는 연평균 4.6% 올랐다. 하지만 이는 주식의 장기적 평균 수익률 곡선을 밑도는 성적이었다. 다우지수가 앞으로 4년간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어떨까. 2012년 11월 차기 대선 때까지 다우지수는 10400에 불과하게 된다. 아울러 케네디 시절엔 주가 변동성도 컸다.

물론 오바마 주가가 케네디 주가를 답습하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하는 소리다. 당선 소식이 전해진 뒤 급등한 뉴욕 증시가 서비스업 하강 소식에 가차없이 급락으로 돌아선 사실을 떠올리자. 국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올해 내에 주가가 3000을 갈 것”이라고 외쳤지만 물정 모르는 외침이었음이 드러났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안정을 찾고는 있지만, 요즘 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투자자들에게 날리는 서한에서는 여전히 장례식 냄새가 풀풀 난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It isn’t over)’는 위기감이 물씬하다.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경제 전망을 보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내리막길이 이어진다는 게 지배적이다. ‘서바이벌 모드’의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지금 같은 비상 시국에선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 액션플랜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한 꺼풀씩 확인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 당분간은 오바마의 정책 이슈와 악화하는 경기지표가 등장할 때마다 주가가 오르내림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번 주에는 1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선진·신흥 20개국) 회의에 투자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대신해 작금의 위기를 관리하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제시할 신브레턴우즈 체제를 놓고 어떤 논의가 오갈지, 기대할 만한 공조가 나올지 주목된다. 오바마 당선자는 “대통령은 한 명뿐”이라며 대변인을 통해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시장의 무게중심이 넘어왔다는 점에서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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