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슬픔과 마주할 용기를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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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빠를 딱 하루만
김미혜 글, 이광익 그림, 창비, 88쪽
8000원, 초등 3~6학년

‘응급실 침대 위에 하얀 천/그 사이로 아빠 옷자락이 보였어요/아빠한테 달려가 얼굴까지 덮고 있는/차가운 천을 젖혔어요/(중략)/아빠 몸이 식어갔어요/아빠 별명은 난로인데/뜨거운 난로인데/차갑게 식어갔어요.’( 8월25일 늦은 밤)

시인 김미혜가 펴낸 ‘아빠를 딱 하루만’은 첫 장부터 심상치 않다. 동심(童心)을 담은 시(詩)에 ‘아빠의 죽음’을 그렸다. 작별의 슬픔을 아이들이 거부반응 없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이 갔지만 다 읽고 나서는 안도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아빠를 떠나보낸 아이가 씩씩하고 의젓하게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둥켜안고 흔들어도/아빠는 일어나지 않았어요’(야속함), ‘저승사자가 실수했으면/얼마나 좋아요’(죽음에 대한 부정), ‘베개에 아빠 냄새 남겨 두고’(체념), ‘좀 늦을거야/전화 올 것만 같아요’(허전함), ‘우리 아빠도 나 데리고 다녔는데/안본척 시치미를 뗍니다’(외로움), ‘아빠 옷을 꼭 안았습니다/뺨을 댔습니다’(그리움), ‘하나님 딱 하루만/아빠를 보내주세요’(간절함), ‘아빠가 안계셔도/우리 가족은 네명/아빠 엄마 오빠 나/끝까지 네명’(상처의 치유).

30편의 동시는 아빠의 임종부터 장례식, 화장, 제사 등의 장면을 통해 현실을 피하지 않고 슬픔을 똑바로 마주하는 아이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이는 ‘이제 저는 아빠 없는 아이/그러니까 더 강하게/더 씩씩하게 자랄게요/아빠에게 약속합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시간의 힘을 믿는다. ‘아빠 생각/점점 줄어든다/슬픔이/작아진다’.

평화롭던 가족에게 찾아온 아빠의 죽음은 3년 전 작가의 아이들이 겪은 ‘천둥벼락이 꽂힌 시간’이었다. 작가는 “아이들은 무조건 안전한 곳에 보호받은 채 살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시집이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보낸 아이들에게 작은 위안과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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