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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42. 서울올림픽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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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2일 열린 한민대 평화포럼에서 만난 고르바초프와 악수하고 있는 필자. 고르바초프는 “서울올림픽 참가가 소련의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 한국 문화를 전세계에 알렸고, 우리나라의 민주화 실현에도 기여했다. 동서 진영이 모두 참가함으로써 올림픽 운동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어느 도시, 어느 민족, 어느 국가도 이처럼 열정적이고 지혜롭게, 조직적으로 올림픽을 치러낸 적이 없었다”며 서울올림픽을 극찬했다.

지난달 2일 논산에 있는 한민대학이 주최한 평화포럼에서 서울올림픽 당시 소련 대통령이었던 고르바초프를를 만났다. 고르바초프는 평화포럼 명예총재고, 내가 부총재다. 마침 서울올림픽 20주년이어서 “서울올림픽 때 소련팀의 참가를 허락하고, 올림픽 성공에 도움을 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더니 고르바초프는 “소련도 서울올림픽 참가가 민주화를 향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기가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서울올림픽이 성대하게 끝난 뒤 정부 차원에서 많은 사람에게 포상을 했다. 정말 자기 일처럼 최선을 다해 일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IOC 차원의 포상에 힘을 쏟았다. 누구에게 올림픽 훈장(Olympic Order)을 줄 것인지 사마란치 위원장과 상의했다.

조직위원장은 당연히 받는 것이 통례였다. 올림픽 폐막식 때 사마란치 위원장이 박세직 조직위원장에게 올림픽 훈장을 수여했다. 나는 사마란치 위원장에게 조상호 체육장관, 이건희 레슬링협회장, 최원석 탁구협회장, 김옥진 SLOOC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조상호 장관은 다른 사람과 같이 받기 싫다고 해서 신라호텔 방을 빌려 따로 수여식을 했다.

내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 된 이후에는 매년 올림픽 훈장을 상신했다. 장충식 대학스포츠연맹(KUSB)위원장, 김성집 선수촌장, 윤덕주 농구협회 부회장, 이상철 한국체육대 총장, 김정행 유도회장, 조경자 탁구협회 부회장 등이 올림픽 훈장을 받았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였다. 서울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그 후 체육회장도 역임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아무 상도 못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아차 싶었다. 아무도 챙기지 않은 것이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IOC 차원에서 올림픽 훈장을 주는 것이었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쾌히 승낙하고 정 회장을 로잔의 IOC 본부로 초청했다. 훈장 수여식에는 정몽구·정몽헌 등 일행 20명이 함께 왔다. 훈장 수여식 후 사마란치 위원장이 자기 방에서 오찬을 열었다. 일행이 다 참석하기를 원했는데 위원장 방이 작아서 12명밖에 앉지 못했다.

서울올림픽은 흑자 올림픽이었다. 서울올림픽 선수촌과 기자촌으로 사용한 잠실 아파트를 일반에 분양해 3000억 원의 이익금을 남겼다. 올림픽 이익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민체육공단이 이때 세워졌다. 이익금은 공단의 기금으로 적립돼 오늘날 경기단체와 지자체의 체육시설 지원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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