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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이슈>한화.박의송씨 한화종금 지분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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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죽을 쑤고 있는 주식시장에 한판의 활극이 벌어지고 있다.한화종합금융 2대주주인 박의송(朴宜松)씨가 한화그룹을 상대로 결투를 신청한 것이다.3 장신 골리앗에 맞서 돌팔매를 휘두르는 소년 다윗을 연상시킨다.
시장의 관심은 朴씨가 이 싸움에서 이길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이번 싸움의 당사자 집단이나 개인에게 훈수가 되고 이해관계가 없는 구경꾼의 흥미를 돋우는.감상법'을 소개하기로 한다.증권거래법 200조(대량소유제한)가 9 7년 폐지되면 기업합병(M&A)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오래전에나왔다.대주주간의 지분다툼은 한화가 첫 케이스는 아니다.한농이동부그룹에,제일물산이 신원에 넘어간 예가 있다.따라서 한화종금이 허둥댄다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둔감했다고 지적할 수 밖에 없다.신세계.현대건설.유공등 소위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회사들도 M&A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기업경영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우선 제품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한다면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제품,새로운생산기술에 승부를 걸 것이다.또 경영자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궁극적으로 경영권이 일반상품 처럼 자유롭게 사고 팔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면 인적.물적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위협을 느낄 것이다.M&A의 활성화는 지금까지 등한시 돼 온 마지막 문제,즉 경영권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한화와 朴씨간의 싸움은 장려할 성질의 것이다.따라서 한화가 지분을 어떻게 위장분산해 두었는가 또는 朴씨가 지분을 늘리기 위해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가등은 이 싸움과 별개로 취급하는게좋다.법의 판단이 중립적이면 최종적인 평가는 이 해당사자들,즉주주들이 내릴 것이다.같은 맥락에서 朴씨가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자신의 지분을 매수해 줄 것을 종용한 것은 경영권 행사에 불만을 가진 주주의 당연한 권리행사로 보아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냉정한 표계산뿐이다.한화나 朴씨는 물론 주주들도 어느 편에 가담하는 것이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길인가를 계산하는 것만 남았다.다만 朴씨쪽의 계산은 다소 복잡하다.朴씨가 싸움에서 이길 경우 경영권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어부지리를 노리는 단순가담자들은 싸움의진행을 지켜보면서 주식을 던질 타이밍만 맞추면 된다.감독당국이할 일이라고는 싸움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기업도 상품이라면 공정한 룰이 있 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정부가 편견이나 감정을 앞세워 개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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