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인프라를세우자>12.국립중앙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지난 12일 오후4시 경복궁내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전 개관식장.이수성(李壽成)국무총리는“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을 훌륭히 보존.연구.교육하는 민족사의 전당이요,국민에게 꿈과 희망,문화적 감동을 전 해주는 종합적인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격려했다.
참으로 절실한 말이다.그러나 우리는 건국 50년이 다 되도록박물관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터를 제대로닦지 못한 채 그때그때 이전하기에 바빴다.이날 새로 문을 연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도 2003년 완공예정인 용산시민공원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은 1908년9월 창경궁에서 시작된.이왕가박물관'을 모태로 한다.1915년 일제에 의해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변경된 뒤 45년 해방후 현 전통공예관에서 국립박물관으로 재출범했다.한국전쟁중 부산으로 옮겼다가 53 년8월 경복궁으로 복귀한 국박(國博)은 그해 10월 남산으로,54년말에는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을 거듭하다 72년 현재의 국립민속박물관건물로 옮기면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확대 개편됐다.이 건물은 옛황실재산관리총국(문화재관리국의 전 신)이 건립한 것으로 규모나시설면에서 박물관으론 부적합한 장소였다.이에 86년8월 옛 조선총독부건물을 개조,이전 개관했으나 일제잔재 청산작업의 일환으로 옛 총독부건물의 철거가 결정되자 경복궁 박물관으로 다시 이전 개관했다.국박은 이전때마다 몇개월씩 문을 닫아 걸고 역사지키기와 문화교육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접어놓기 일쑤였다.
박물관정책의 부재속에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표류해온 중앙박물관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모습이다.경복궁박물관은비록 용산박물관의 개관때까지 한시적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전시방법등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끈다.원시시대 생활상이나 가야 무사.신라 기사등 각종 모형과 전시보조자료를 설치,전시된 문화재를 보다 친근하게 관람하며 이해하게 한 점이눈에 띈다.특히 용산가족공원에 들어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나 기능면에서 전■ 새로운 체제 를 갖추게 될 미래지향형 박물관으로 기대된다.
3천3백억원의 예산,10만4천여평의 부지에 연면적 3만2천9백여평 규모로 유물의 보존.연구,연구결과의 전파등을 위한 최첨단 시설을 완비한 박물관으로 세워진다.
이는 크기에서 경복궁박물관의 6배,대영박물관의 2배,루브르나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3분의2를 넘는 규모다.특히 국제공모를 통해 박물관의 기본기능인 수집.보존.전시.보급기능은 물론 세계적추세인 조사연구및 사회교육기능까지 맡을 제반■ 설을 갖추게 되며 보관 유물의 증가,기능의 확산등에 맞춰 점진적으로 규모를 늘려나갈 것을 전제로 계획된 박물관이다.“21세기 세계화와 통일 한민족시대에 대비,5천년 문화민족으로의 긍지에 부합함은 물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을 보존.연구.전시.교육할 수있는 전당이 될 것”이라고 박물관측은 밝히고 있다.내년 7월까지 실시설계가 완성되는 대로 공사에 착수한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설립목적을 달성하려면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에 비례해 이를 활용할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지적이 강하다.중앙박물관에 대한 투자가 아직 하드웨어에 집중되고 전문인력 확보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극히 미진한 상태이기때문이다.93년 2백14억원이었던 국립중앙박물관 예산은 94년4백39억원으로 두배이상 늘었고 95년에는 4백86억원,96년에는 5백71억원으로 해마다 10.7~17.5% 증액됐다.그러나 증액 예산 대부분은 중앙박물 관및 김해.제주.춘천등 지방 국립박물관의 신축예산과 유물구입비가 차지하고 학술조사연구비나 유물관리.문화재 전시등 비용의 증가는 미미하다.
국박의 한 관계자는“예산이나 공무원 정원의 원칙적 동결과 경제발전 논리가 우선하는 현실에서 박물관 인력 충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게 현실”이라며“사회교육기능등 박물관 기능은 자꾸 커지는데 인력충원은 사실상 막혀 있다”고 말하 고 있다.그결과 유명 외국박물관들처럼 소장유물을 정보자료화해 제공하거나 사회교육적 역할을 개발하거나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기능하는데는사실상 휴무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수년간 관람객수의 감소로나타나고 있다.90년 1백66만9천여명이었던 관람객은 93년 2백21만여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 95년에는 1백48만명선으로 낮아졌다(표 참조).이는 주로 무료입장객의 수를 연차적으로줄여나간 것도 한 원인이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전시 개발로 새로운 관람객을 유인하지 못하면 박물관의 존립이 어렵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박물관 인프라 관계자들은.한번 간 박물관은 다시 안 가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야 할 때다.
〈김용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