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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는 생애 최후의 영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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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문단에 등단한 여러 친구로부터 권유를 받고 시도해 본 것이 그만 내 생애 최후의 영광과 영예가 됐습니다."

85살의 민우식(광주시 동구 지산동.사진)씨가 최근 월간 '한국시' 5월호에 수필 '작은 행복' '스승과 교사'가 당선돼 등단했다.

젊은이의 글이 자유분방한 사고와 재기가 번뜩인다면 백발 노익장이 써 내려간 글에는 세상을 보는 지혜가 담겨 있다.

민씨의 글도 화려하진 않지만 생활 속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얘기들을 차분하게 담아내고 있다.

등단 작품 '작은 행복'은 삭막한 서울 나들이에서 한 택시 운전사의 애정 어린 호의를 받고 느꼈던 감정을 담았다. '스승과 교사'는 참다운 교육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민씨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일흔을 넘긴 14년 전이다.

민씨는 "이공계를 다녀 머리 아픈 고등수학을 많이 접했고, 그 때 문학작품이나 역사소설을 읽으며 머리를 식히곤 했다. 뭐든지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를 만나거나, 기특한 일을 듣거나, 멋진 곳에서 느낀 감정 등을 늘 기록했단다.

사업(양조업.광산업)에 매달리고, 동서지간인 고 이장우 광주 동강학원 설립자의 부탁으로 재단 이사로 40여년간 일하면서 차분히 글을 쓸 짬을 내지 못했다.

그는 72세에 약식화된 한자를 소개한 '중국문자간체자요람'을 발간하고, 74세엔 일본 문화의 뿌리는 한반도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본 속의 한국 문화재 답사'를 펴냈다.

올 1월에도 '노크와 기침' '미모' '돈이 뭐길래' 등 86편이 실린 수필집 '꽃과 거북이'를 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만 빼면 85세라는 나이가 믿지지 않을 만큼 건강한 민씨는 "남은 인생도 좋은 글 많이 쓰며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월봉서원장과 장성필암서원 산앙회 고문을 맡고 있다.

글=구두훈 기자.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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