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96여성계 가장 바빴던 4人-오지여행가 한비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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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행이 우리 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특히 올해는 여성여행가들이 본격 등장한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그 가운데 단연 선두주자는 오지여행가란 타이틀을 얻은 한비야(38)씨.
93년7월부터 3년7개월에 걸친 여행을 기록한 그의.바람의 딸-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은 벌써 15만권이 팔려나갔고 도서대여점등을 통한 독자까지 헤아린다면 그를 만난 사람이 60만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30대 후반,대부분 생활에 안정을 찾고 그만큼 찌들 나이에 훌훌 털고 여행에 나선 한씨는 이제 살림에 지친 가정주부,생활에 짓눌린 샐러리맨들의 우상이 돼버렸다.
한씨는“세계일주가 가능했던건 그것이 미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어떤 일이든 신이 나 할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용기.인내.정열,그리고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라는게 그의 믿음.그래서 그는.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 '.여자니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나'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을 여성들에게 권한다. 한씨가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여행을 통해본 것은 사람이었고 깨달은 것은 인생의 필수품은 아주 적다는 것이었다”는게 그의 답.아프리카의 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겨우 얻은 한잔의 물로 몸을 씻어내고 양말을 빨면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옷도,돈도 아닌 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또 네덜란드 산골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한씨의 젖은 신을 가리켜 신발을 달라는줄 알고 양말까지 벗어주었지만 오히려 그 할머니는 손으로 한씨의 발을 어루만져주었다 고 한다.한씨는“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발이 젖어 얼마나 춥겠느냐는 할머니의 뜻을새기면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 뿐이라는걸 알게 됐다”고.
“여행을 통해 인생의 작은 약도를 얻었다”는 한씨는 27일 그 약도에 조금 더 자세한 그림을 그려넣으려 중국을 향해 기약없는 길을 떠난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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