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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상생 정치'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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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탄핵국면이 초래된 데 대해 사과하고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다. 盧대통령은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63일 만에 국민에게 밝힌 첫 감회였다. 그는 "상대를 존중하겠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진정성을 믿으며 실천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盧대통령은 탄핵의 굴레에서 벗어났고, 열린우리당도 총선 승리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다. 사실상의 집권 2기를 맞은 盧대통령은 이제 무슨 정책이든 소신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국 언론은 "盧대통령이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盧대통령은 이런 강해진 힘을 휘두르기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정치로 가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국민은 바로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盧대통령이 "때로는 여론의 비난을 받는 일도 있고 인기가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꿋꿋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해나가겠다"고 한 다짐을 우리는 주목한다. 대통령이 더 이상 특정집단의 목소리에 끌려다니거나 눈앞의 인기에만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싶다. 코드 맞는 사람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살피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정치개혁을 국회를 중심으로, 국회가 앞장서고 자신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벌여나가겠다는 盧대통령의 구상 역시 시의적절하다.

盧대통령은 칩거 기간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앞으로 盧대통령이 하기에 따라 이 기간이 나라를 위해 고난이 아니라 축복의 기간이었다고 즐거워할 그런 날이 오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문제는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