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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중국 물건값 50% 뛰고 환율 악재 겹쳐 죽을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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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중 무역업을 하는 대신무역의 이대규 대표가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이우의 대형 도매상가인 국제무역성에서 자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갚을 돈이 많이 밀렸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원화 가치가 너무 떨어졌다. 원화 가치가 회복되면 결제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지금 돈을 조금이라도 내놓고 그 다음에 갚는 방법을 이야기하자. 아니면 중국 내에 보증인을 세우든지.”

지난달 26일 오전 9시쯤. 세계 최대의 잡화 도매시장이라는 중국 저장성 이우(義烏)시의 국제상무성(International Trade City)에선 이런 대화가 오갔다. 5만여 개의 점포가 몰려 있는 국제상무성은 매일 20만 명의 바이어가 찾는다. 외상값 결제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통사정하는 사람은 한국 대신무역의 이대규(43) 대표. 결제를 요구하는 사람은 이 대표에게 지난 5년 동안 도기 제품을 공급해 온 대리석 점포 책임자 왕씨였다.

이 대표가 못 갚은 돈은 10만 위안 남짓. 올 봄 계약 당시 환율로는 약 1500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현재 이 돈은 2300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약 152원이던 위안당 환율이 7개월 만에 234.24원(매입가 기준)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30분 남짓 승강이를 벌이다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5000위안씩 갚아나가기로 합의했다.

다음에 들른 곳은 포장재 공급사. 당장 얼마라도 돈을 갚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거래처 직원과 이 대표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이 대표는 지난 6년간 중국을 40여 차례 드나든 베테랑 무역상이다. 그는 “한국의 내수 침체와 중국의 물가 상승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환율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며 “지금이 무역업을 해 온 6년 새 가장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루종일 시장을 돌아다니며 국내 바이어들이 주문한 품목들을 살폈지만 마땅한 것을 찾기 어려웠다. 가격이 문제였다. 봄에만 해도 2위안 하던 작은 도자기는 2.5~3위안으로 올라 있었다. 1만~2만 개 단위로 주문하는 기념품을 주로 취급하는 그는 “중국 내 물건값이 1위안 오르면 1만~2만 위안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며 “그러나 경기 침체로 한국에서 가격을 올려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어가 요구한 물건을 찾기 위해 27~28일 중국 최대 상품교역전인 ‘캔톤 페어(廣交會)’가 열린 광저우(廣州)까지 찾아갔다. 하지만 지난해 개당 가격이 1위안이던 작은 판촉물이 1.25위안으로 25%가량 올라 있었다. 대량 주문으로 값을 1.15위안으로 낮추려고 했더니 “그러면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홍콩 투자업체로 광둥성에 공장을 둔 다른 업체는 “가격은 절충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원유와 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값이 오른 데다 올림픽 이후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쓰촨성 지진 이후 중국 소방당국은 안전 규정을 강화해 공장에 직원 숙소를 두는 것을 금지했다. 회사들이 별도 숙소를 마련하다 보니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우의 명물인 소상품성(잡화시장)은 현대식 상가로 이전하면서 임대료가 올랐다. 게다가 퇴직금 지급 규정이 강화돼 인건비 부담도 늘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중국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여기에 원화가치까지 급락하면서 반년 만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품목도 적지 않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물건 값이 오르면 한국 생필품 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대부분 서민용 생필품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불경기 때문에 생기는 희망도 있다. 한국의 내수 침체가 계속되면서 특별할인 전용 사은품 등 불경기 특수가 간간이 살아나고 있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주문이 몇 주째 끊긴 거래처가 많지만 우산·그릇·봉제품 등 특별 사은품 주문이 새로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우(중국 저장성)=채인택 기자

◆이대규 대표=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코오롱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으며 벤처업체·학원 등을 운영하다 그만뒀다. 중국 상대로 무역업을 6년째 하고 있다. 지난달 만료된 여권을 보니 5년간 31회의 중국 방문이 기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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