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활동 유니스 리 2집앨범 '비의 추억'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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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에서 활동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유니스 리(26)가 내년 브람스 서거 1백주년을 앞두고 2집 앨범.비의 추억'(사진.삼성클래식)을 내놓았다.지난 5일 호암아트홀에서 내한 독주회를 가진 바 있는 그는 83년 메뉴인 국제바이올린 콩쿠 르에서 입상한데 이어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 CAMI소속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중이다.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이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공연때면 반드시 협연자로 동반할 정도로 아끼는 연주자인 유니스 리는 국제콩쿠르 입상경력과 달리 10대 신동 신드롬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추구해온 노력파.
CF모델로도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연주만으로 음악세계를평가받고 싶어한다.브람스를 특히 좋아한다는 그가 내놓은 이 음반은 화려한 테크닉 구사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우울한 상념에 잠긴 듯한 내면의목소리를 담으려고 한다.브람스는 그런 의미에서 유니스 리가 추구하는 음색에 잘 어울리는 선곡임에 틀림없다.
스트라디바리우스협회가 대여해준 1690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로피아니스트 넬슨 파제트와 함께 녹음한 이번 음반에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장조'.스케르초 c단조'.헝가리 춤곡'.왈츠 A장조 작품 29의 15'.자장가'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유니스 리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인터메조 A장조 작품 118'은 원래 피아노곡으로 작곡된 것.바이올리니스트들이 피아노곡을 직접 편곡해 자신이 아끼는 레퍼토리로 삼는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야사 하이페츠의 전집(BMG)에는 그가 편곡.녹음한 주옥같은 소품들이 더 가치를 발하고 있다. 바흐.베토벤과 함께 독일음악의 3B로 불리는 브람스의 음악세계는 바흐의 폴리포니,모차르트의 맑고 깨끗함,베토벤의 판타지,슈만.슈베르트의 서정성을 결합한 것.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맛이 배어나오는 법이다.브 람스의 작품중.인터메조'(간주곡)는 교향곡.관현악곡에 가려 감추어진 보물이다.브람스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연주자의 안목은 가끔씩 노출되는 다소 불안한 음정을 넘어서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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