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다툼으로 번진 미국.프랑스 외교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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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세계 외교가의 화제는 단연 미국과 프랑스의 감정싸움이다. 두나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조직 개편,유엔사무총장선출문제등으로 잔뜩 틀어져 있다.그런 마당에 양국의 심사를 더욱 뒤틀리게 하는 사단이 발생했다.
발단은“10일 NATO회원국 외무장관 만찬에서 하비에르 솔라나 NATO사무총장이 내년 1월 퇴임할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을 위해 건배를 제의했으나 에르베 드 샤레트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를 묵살하고 자리를 떴다”는 워싱턴포스트지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 신문은“미국관리들은 프랑스장관의 행동을.용서할수 없다'며 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니컬러스 번스 미국무부 대변인도 프랑스에 불쾌감을 전달하려는듯“신문기사가 오찬을 만찬으로 잘못 전한 것 빼고는 정확하다”고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드 샤레트장관은 이 보도에 대해.음모'라며 발끈했고 자크 뤼멜라르 프랑스외무부 대변인도“악의적인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관리들은“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예정된 일정 때문이며 그 시기도 건배가 제의되기 훨씬 전”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도와 관련,프랑스측은 신문사보다 미국무부를 더 괘씸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국무부가 프랑스를.비신사적'으로 낙인찍어 국제무대에서 궁지로몰아넣으려는 저의에서.왜곡된 정보'를 신문사에 흘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미국이 그동안 계속 차지해온 NATO 남부지역 사령관 자리를 유럽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중이고,유엔사무총장으로는 미국이 지지하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차장(가나)이 아닌 아마라 에시 코트디부아르 외무장관을 밀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상대방이 제시한 인물에게각각 거부권을 행사한바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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