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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연령·학력·소득·성별 … 오바마, 모든 계층서 ‘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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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바마의 승리는 인종과 연령은 물론 소득, 학력, 종교, 성별 등 모든 영역에서 고른 지지를 얻어 쟁취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지역적으로도 공화당 아성이던 남부의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를 끌어안아 리더십에 큰 힘을 받게 됐다.

오바마 진영이 마지막까지 우려했던 ‘브래들리 효과 ’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브래들리 효과’에 대한 우려는 흑인들의 오바마 몰표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공화당 등돌리기를 불러왔다. 인종을 기준으로 투표한 사람보다는 나이를 기준으로 투표한 사람이 두 배가 넘었다. 투표자 중 11%에 달한 첫 투표자들은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져 대선의 키워드가 ‘변화’였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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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공화당 주 9개 장악=오바마는 버지니아(13명)·오하이오(20명)·플로리다(27명)·노스캐롤라이나(15명)·콜로라도(9명)·네바다(5명)·아이오와(7명)·인디애나(11명)·뉴멕시코(5명) 등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을 지지한 9개 주에서 승리했다. 특히 선거인단 20명의 대형 주이면서 미국 대선의 축소판인 오하이오에서 53% 대 45%로 대승을 거두고, 64년 이후 공화당만 뽑아온 버지니아에서도 승리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 덕분에 동서 해안 지역은 민주당, 남부와 내륙은 공화당 지지 주로 양분돼온 미국의 분열상을 치유할 통합의 힘을 갖게 됐다.

◆‘인종 기준’ 투표자는 오바마 몰표=CNN 방송 출구조사 결과 4일 대선에서 흑인들은 96%가 오바마를 찍었다. 히스패닉도 세 명 중 두 명이 오바마를 지지했고 아시아계도 같은 비율을 보였다. 백인들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55%)이 높았지만 오바마 지지율도 43%로 크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인종이 투표의 중요 기준”이라고 답한 10%의 유권자들은 대부분 오바마를 찍은 것으로 나타나 ‘역 브래들리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도 보였다.

◆여성이 오바마 더 지지=남성 투표자 사이에선 오바마와 매케인의 득표율(49%)이 똑같았던 반면 여성 투표자는 55%가 오바마를 찍었다. 금융위기 등 경제문제에 여성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대선에서도 선거일 직전 나온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경고에 불안해진 여성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져 그의 승리를 끌어냈다.

◆나이와 소득, 학력도 변수 못 돼=18~29세의 젊은 층은 열 명 중 약 일곱 명이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러나 나이든 층에서도 오바마의 리드는 계속됐다. 매케인은 65세 이상 투표자층에서만 오바마를 눌렀다. 저소득층은 오바마, 고소득층은 매케인이라는 신화도 깨졌다. 연봉 2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서 오바마는 52%로 매케인(46%)을 눌렀다. 연봉 1만5000달러 선의 빈곤층부터 연봉 5만 달러 선의 중산층 역시 오바마에 표를 몰아줬다. 학력 역시 변수가 아니었다.

◆무당파도 오바마=가장 관심을 모은 무당파와 중도 이념 성향 유권자들도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대선 당일인 4일 마음을 정한 무당파의 50%가 오바마를 찍었고, 매케인은 45%에 그쳤다. 이들이 마지막 순간 표심을 정한 기준은 경제였다. CNN 방송이 출구조사에서 “표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을 질문한 결과 62%가 “경제 문제”라고 답했다.

◆유일한 매케인 몰표 집단은 복음주의자=오바마는 미국 내 기독교도 중 단일 교파로는 최대인 가톨릭교도(53%)와 유대교도(77%)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신교도층에선 매케인(54%)이 오바마(45%)를 눌렀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복음주의자들은 74%가 매케인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케인, ‘페일린 도박’도 실패=러닝메이트 선택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매케인이 승부수로 선택한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대해 CNN 출구조사 응답자들의 60%가 “자격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페일린은 8월 말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직후 공화당 지지층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누렸으나 정책 현안에 무지를 드러내고, 알래스카 주지사 재직 중 여러 가지 추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추락을 거듭했다.

강찬호 기자

오바마 효과

백인 유권자들이 ‘피부색’에 따라 표를 던질 것이란 우려는 투표에 소극적이었던 젊은 층과 흑인들을 대거 투표에 나서게 만들었다. 3000만 명 가까운 유권자가 조기 투표에 참여했고, 지역마다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도나 브라질은 지난달 “더 이상 브래들리 효과는 없다. 미국은 오바마 효과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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