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당선 축하 “오늘 임시 공휴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한 거리에서 5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행진하고 있다. [나이로비 AP=연합뉴스]


5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케냐 수도 나이로비 거리는 미국 성조기와 오바마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로 넘쳐났다. 특히 오바마 아버지의 고향인 서부 코겔로 마을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언론인과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바마의 친척들은 “우리는 백악관으로 갈 거야”라고 노래를 부르며 주위 사람들과 기쁨을 나눴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오바마의 이복형인 말리크 오바마는 “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황소를 잡을 예정”이라면서 “취재진도 오늘은 우리와 함께 즐기자”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주별 개표 결과가 나올 때마다 “오바마, 오바마”를 연호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키베라 빈민가에서는 수백 명의 군중이 노래를 부르며 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하는 행진을 벌였다. 행진에 참가한 사무엘 우마(36)는 “오바마의 당선이 지난해 12월 수주간의 폭력 사태를 부른 파멸적인 케냐 대선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아물게 해주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당선이 아프리카인들에게 기쁜 일이긴 하지만 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등학교 학생인 깁슨 가이토(14)는 “케냐인으로서 오바마의 당선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러나 우리는 오바마가 (아프리카가 아닌) 미국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하와이 출생인 오바마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오바마 광풍’이 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유년시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살 때 다녔던 초등학교의 교실에서 한남학생이 그의 사진을 치켜들고 대통령 당선을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 AP=연합뉴스]


오바마가 1967년부터 71년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을 보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200여 명이 모여 그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모인 사람들 중에는 오바마가 다녔던 초등학교 동창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오바마와 초등학교 동창생인 데위 아스마라는 “너무 기쁘고 행복하며 오바마가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기나긴 선거운동을 다 끝낸 뒤 오바마는 결국 해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관영 안타라통신 보도에 따르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5일 성명을 통해 “오바마 당선인이 유년시절 4년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냈으므로 우리 국민과 문화를 잘 이해할 것”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오바마 당선인이 매우 친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본 ‘오바마시’도 환호=일본 후쿠이(福井)현의 조그만 어촌도시 오바마(小浜)시에서도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지역 상공회 관계자 등 주민 1300여 명은 올해 초 오바마와 이름이 같은 인연으로 ‘오바마 후보를 내 멋대로 응원하는 모임’을 결성했다. 마쓰자키 고지(松崎晃治) 오바마 시장은 “인구 3만의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이라며 “일본 방문 때는 꼭 우리 마을을 찾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경덕 기자, 도쿄=박소영 특파원

[J-HOT]

▶오바마, 태권도 4년 배워…한인 만나면 "안녕하세요" 연발

▶오바마,마약 끊고 수도승처럼 공부한 이유

▶조개껍데기 더미 500m쫘악…'괴이한 무덤'

▶대통령 두명인 나라, 韓감리교가 이런상황

▶비밀번호 변경 요청에 "귀찮다"… 그러다 털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