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보안불감증도 정보유출‘공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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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한 인터넷 업체는 가입자의 정보 보호 차원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밀번호를 바꿔 달라고 공지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용자는 “개인정보를 털려도 내가 책임질 테니 귀찮게 하지 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는 “성가시게 하면 탈퇴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같이 개인정보를 보호해 주려다 고객을 놓칠 처지가 되자 반발하는 사람은 비밀번호 변경 대상에서 슬그머니 뺐다.

개인정보 보안이 기업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불감증까지 겹쳐 비상이 걸렸다. 잇따른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정보기술(IT) 업계가 홍역을 치른 가운데 네티즌의 보안 무관심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통신업계는 개인정보 보호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네티즌의 비협조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체 A사는 올 초부터 비밀번호 변경 캠페인을 하고 있다. 6개월 이상 같은 비밀번호를 쓰는 고객에게 변경 안내 팝업창(공지 메시지)을 띄우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권유를 받은 고객 중 15%만이 비밀번호를 바꿨다. 회사 측은 “나머지 85%는 공지사항을 무시하고 있다”며 “네티즌의 보안 불감증이 문제”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빼가는 해킹에 대한 보안 시스템도 네티즌의 외면으로 무용지물이다. 인터넷업체 B사는 올 들어 가입자에게 무료로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아이디(ID)와 비밀번호 유출을 막기 위한 첨단 보안 시스템이다. 고객이 이 사이트에 들어갈 때 화면에 뜨는 로그인 창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5초 만에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치된다. 하지만 이를 설치한 가입자는 30%에 그쳤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 문제로 떠올라 급히 보안시스템을 마련했으나 정작 네티즌은 ‘귀찮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신분증인 ‘공인인증서’도 네티즌의 관리가 소홀하다. 공인인증서는 개인정보는 물론 금융 내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안 전문회사인 소프트포럼이 지난달 말 일주일 동안 20∼40대 직장인(200명)을 대상으로 공인인증서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95%) 보안성이 없는 PC나 이동저장장치(USB)에 공인인증서를 보관하고 있었다. PC나 USB는 복사 방지 기능이 없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보안토큰(HSM)’을 구입해 쓸 용의가 있다는 응답자도 34%에 그쳤다. 이 회사의 박원규 SW사업본부장은 “공인인증서 이용자의 80%가 금융기관의 보안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이에 무심하다”고 말했다.

보안전문가인 임종인 고려대 정보경영대학원장은 “사이버 공간에서 네티즌의 무책임한 악플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듯, 네티즌의 보안 불감증도 본인은 물론 다른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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