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작지만 알찬 공연 가까운 데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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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겨울이면 ‘겨울 나그네’=“독일 가곡에 딱이죠. 홀이 작고 울림이 적당해서 독일어 발음의 미묘한 뉘앙스가 그대로 살아나요.”

바리톤 박흥우(47)씨는 피아니스트 신수정(66)씨와 함께 매년 봄·겨울에 서초동 모차르트홀(02-3472-8222)에 선다. 봄엔 슈만 ‘시인의 사랑’(16곡), 겨울엔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24곡)를 부른다. 이 홀이 문을 연 2004년 이래 5년째다. 서울 서초동 180석 규모의 모차르트홀은 피아노와 작은 실내악 연주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피아노 한 대와 함께 시(詩)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가곡에 제격이라는 생각에 ‘가곡 시리즈’가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우연히 만난 두 연주자가 즉석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독일 가곡을 연주해 본 후 “언젠가 꼭 공연 같이 하자”고 했던 것이 시초였다.

작은 소리를 섬세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한 모차르트홀. [모차르트홀 제공]


올해는 아예 슈베르트의 연가곡을 모두 연주하기로 했다. 이달 30일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20곡)로 시작해 12월 20일 ‘백조의 노래’(14곡), 같은 달 30일 ‘겨울 나그네’로 마무리한다.

◆1만원만 있어도=서울 부암동 부암아트홀(02-391-9631)의 대표 상품은 ‘토요 음악회’다. 1995년 문을 연 후 이듬해부터 매주 토요일 거르지 않고 공연하고 있다. 갓 유학을 마친 신진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연주자들에게 대관료를 받지 않는 공연장의 자체 기획 공연이다.

이 홀 공연기획팀의 김병현씨는 “신인 연주자의 패기 덕에 연주의 수준이 높다”고 자신했다. 지금까지 400명이 넘는 연주자가 이 무대를 거쳐갔다. 160여 석의 가격은 모두 1만원.

◆틈새 노린 차별화=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건너편에 위치한 DS 홀(02-3473-2500)은 ‘커뮤니티’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회원을 받아 맞춤식 공연을 만들어 주고 문화 강의, 레슨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2005년 문을 연 200석 규모다. 한국에 들른 외국 연주자들의 연습장소로 자주 쓰일 만큼 음향이 좋다. 파티식 아마추어 공연도 열린다. 대치동 마리아 칼라스홀(02-558-4588), 역삼동 신한 아트홀(02-518-5133) 또한 ‘아담한 명품홀’로 각광받고 있다. 광림교회가 압구정동에 운영하는 장천아트홀(02-2056-5787)은 조금 크다. 600석 규모인 만큼 합창 또는 확대된 크기의 실내악 연주가 대표 상품이다.

예술의전당 홍승찬 예술감독은 “소규모 홀은 큰 극장과 기능을 분담한다. 청중끼리의 사교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사회에 다양한 컨셉트의 음악회를 보여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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