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兵營>4.머리 숙인채 총쏘지는 않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쾅,드르륵,드르륵-'.
수류탄 작렬음에 이어 K-2소총이 불을 뿜었다.지난해 10월17일 짙은 안개로 3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던 오전 1시25분임진강 철책.
전날 오후 11시 초소에 투입돼 철책을 경계하던 정인제(鄭仁諸.21)상병은 철책너머에서 뭔가 어른거리는 것을 느꼈다.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함께 근무하던 이종훈(李鍾勳.20)이병에게 소대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鄭상병은 철책으로 다가가 확인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초소로 돌아와 가만히 있으면 다시 소리가 들렸다.
이러기를 50여분.판초우의가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가 정적을깨뜨렸다.탐조등을 비추는 순간 철책선 5 앞에 검은 물체가 드러났다.두 사병은 수류탄 4발을 일제히 던진뒤 10여분동안 사격을 계속했다.25발들이 탄창 개가 모두 소모됐 다.벌집이 된공비의 시신 한구가 드러났다.
지난 9월 강릉 해안에 침투한 공비 소탕작전에 참가한 사병들이 공비들과의 접전을 겁내 작전수칙을 안지키는등 갖가지 한심한작태를 연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일렬 횡대로 지휘관뒤만 따라간다거나,일부러 헛기침을 하고,매복중 담배를 피운다는것등이었다..제발 내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식으로,간첩을 찾는게 아니라 쫓는 작전을 폈다는 것이었다.이에 군당국은 발끈 하고 있다.임진강 침투 공비 사살의 경우등에서처럼 신세대 사병들은 대담하고 확실하게 대응했다는 주장이다.겁먹기는 커녕 현장 확인과 정조준 사격등 교육받은대로 경계.수색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적은 쳐다보지도 않고 머리를 틀어박은채 아래 위도 분간않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동은 오히려 옛날군대 얘기라는 주장이다. 지난 9월22일 칠성산에서의 북한 잠수함 부함장 유림 사살도 정조준에 의한 것이었다.일출부대 노극래(22)병장은“배운대로 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강릉 무장공비 소탕작전에서 사살된공비 13명중 7명이 신세대 사병에 의한 전과라는 것은 이들이무기력하고 투지가 결여됐다는 세간의 억측이 잘못임을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라는 지적이다.
최근의 대간첩작전에서 신세대 사병들이 보이는 대담함과 관련,군관계자들은 과거처럼 총을 쏘는데 따른 두려움이 없기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신세대들이 폭력이나 파괴적 장면이 많은 영화.전자게임등에 익숙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실제 작 전도 게임하듯 오히려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이같은 현상은 사격통제실에서버튼만 누르면 미사일이 수백㎞를 날아가 시설물을 파괴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오히려 신세대들의 파괴본능 심화현상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공비 소탕작전에 투입된 사병중 일부는 공포심 때문에 야간에는 소변보는 것조차 두려워해 참호 밖에도 나가지 못했다는 등의 후일담도 없지 않다.하지만 일부의 얘기일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뇌종부대 황규식(黃圭植.육사 26기)사단장은“작전중 신세대 사병들이 담배도 피우고 잡담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하루 두번의 이동과 매복작전 과정에서도 낙오자는 없었다”며“생각했던 것보다 작전을 훨씬 잘 수행했다”고 평 가했다.야간매복중 소와 멧돼지를 많이 잡은 것은 졸지 않고 야간경계를 제대로 수행한 결과라는 것이다.또 작전 초기의 오인사격및 오발사고 외에는 거의 불상사가 없던 것에서도 이들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재관(李在寬.육 사 21기)1군사령관은“이번 작전에 연인원 2백만명과 헬기 3천5백대,차량 2만여대가동원됐지만 사고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이번 작전기간이 길었고희생이 컸던게 신세대 사병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뇌종부대 대대장 안상윤(安相潤.육사 37기)중령은“신세대 사병들이 끈기는 약하지만 유대의식이 강해 과거와 같은 .짬밥 기준의 사고'가 줄어들었다”면서“설명만 제대로 해주면 임무를 정확히 수행한다”고 신세대 사병들을 평가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