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서 공군 F - 5E 전투기 충돌 1대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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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상공에서 F-5E 전투기 2대가 충돌한 사고가 났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충돌한 2대 중 1대는 포천시 일동면 수입2리 마을(140가구 460여 명)에서 100m쯤 떨어진 논바닥에 추락했으며, 나머지 1대는 기지로 무사히 귀환했다. 추락한 전투기의 조종사는 공중에서 비상 탈출했다.

하지만 전투기에 장착돼 있던 공대공 미사일 1발이 이날 밤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충돌 때 충격으로 2대 전투기의 양쪽 날개 끝에 장착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9L 4발이 이탈돼 지상에 떨어졌다”며 “4발 중 3발만 수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AIM-9L 미사일은 전기로 뇌관에 충격을 주지 않는 한 폭발하지 않는다고 공군은 밝혔다.

◆사고 경위=F-5E 전투기 2대는 이날 오전 10시쯤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근접항공지원(CAS)을 위해 강원도 원주의 8전투비행단을 이륙했다. 근접항공지원은 육군의 지상작전을 돕기 위해 공군이 전투기로 지상의 적을 공격하는 작전이다.

훈련 중이던 공군 F-5E 전투기가 4일 오전 10시30분쯤 경기도 포천시 수입2리 논에 추락했다. 전투기가 추락한 논과 파편이 떨어진 마을 뒷산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조종사는 추락 직전 비상 탈출했다. [포천=최승식 기자]

오전 10시30분 경기도 포천 6000m 상공에서 나란히 근접비행을 하며 임무 수행 중 우측의 2호기가 1호기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1호기는 논바닥에 추락했으며, 조종사 이모(28) 대위는 4000m 고도에서 비상탈출했다. 2호기는 꼬리날개가 부서졌으나 5분 만에 원주기지에 귀환했다.

공군 관계자는 “회수된 미사일은 모두 폭발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AIM-9 미사일은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발사되지 않으며 충격을 받아도 폭발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말했다. 초음속 전투기의 특성상 미사일이 떨어져 나가면 고속으로 비행하며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라진 미사일 1발=사고 직후 군은 병력 100명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여 전투기 추락 지점으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교회 바로 뒤편에서, 나머지 2기는 야산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 가운데 1기는 두 동강 난 상태였다고 공군은 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1기는 찾지 못하고 있다. 군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이날 수색을 중단한 뒤 5일 날이 밝는 대로 재개할 예정이다.

◆주민 대피 소동=논에 추락한 F-5E 전투기 1대의 잔해는 불에 탄 채 산산조각 나 있었다. 겨우 꼬리 부분만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주변 논도 불타 버렸다.

일동면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이모(54)씨는 “오전 10시22분쯤 마을 상공에서 전투기 두 대가 4∼5차례 커다랗게 원을 그리듯 선회하다 갑자기 이 중 한 대가 논으로 떨어졌다”며 “추락하면서 ‘뻥-’하는 요란한 굉음이 난 후 2㎞ 정도 떨어진 금주산 중턱에서 연기와 함께 산불이 났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미사일 1발을 인가가 없는 산 쪽으로 쏘고 떨어진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 1발이 발견된 수입교회 뒷마당에는 기관총 탄환 1박스도 떨어져 있었다. 당시 교회 근처에서 밭일을 하던 20여 명의 주민은 놀라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주민 이씨는 "전투기와 미사일이 떨어졌는데도 주민이 다치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포천=전익진·이충형 기자, 이영종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F-5E=미국 노스롭사가 1972년 첫 제작한 소형 경량의 초음속 전투기. 모두 1100대가 생산됐으며 74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20여 개국에 수출됐다. 우리 공군은 100여 대를 운용 중이다. 최대속도 마하 1.6으로, 항속거리 2863㎞에 전투 행동반경은 1056㎞에 이른다. 길이 14.5m, 폭 8m로 무게는 4410㎏이다. 공군 보유 전투기 가운데 사고율이 높은 노후 기종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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