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실리콘밸리의 '변화 熱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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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샌호제이 태스먼 거리에는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사의 사옥 10여채가 줄지어 서 있다.이 회사가 최근 변신을 위해 경쟁업체인 스트라타컴사를 인수하면서 회사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곳에서 차로 10여분 달려 만난 대학 기숙사같은 느낌의 파스텔톤 건물.마운틴뷰에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새 사옥으로 완공된지 1년이 채 안됐다.홍보담당자 섀넌 카니는“빠르게 변하는사업환경을 뒤쫓다보니 사옥이 더 필요했다”고 말 했다.
차로 좀더 달려보자.3분쯤 남쪽으로 가다보면 한창 공사중인 건물 세 채를 볼 수 있다.실리콘그래픽스사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사옥이다.“컴퓨터그래픽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다보니 사무실이 더 필요해졌다”는 이 회사 PR담당 퀸 달리의 설명.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이곳의 화두(話頭)는 한마디로“변화 없으면 죽는다”다. 샌호제이에 있는 삼성전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연구소는최근 존 그라빈이라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한데다 연구인력도 1백70명으로 늘렸다.HDD 분야에서는 손꼽히지만 그래도불안해 전문가들을 계속 초빙,변신을 거듭하는 중 이다.
인터넷 열풍의 발원지면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넷스케이프사조차.나비오'라는 가전기기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세웠다.인터넷으로 회사가 성장했지만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곳의 변화열풍이 얼마나 큰지 멀리 북쪽 시애틀에 있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에까지 영향이미쳤다.그동안 줄곧 자체 개발(Inhouse Development)만 고집할 정도로 자존심 강했던 MS도 최근 전자 상거래용 소프트웨어와 웹사이트 제작용 프로그램 개발업체인.이숍'(E-Shop)과.프런트 페이지'를 인수했다.
기업이 치열한 생존경쟁의 복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는게 96년 겨울 실리콘밸리가 주는 교훈이다. 〈샌호제이에서〉 김종윤 정보통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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