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週를열며>'슬픈 성탄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다시 성탄절이 다가온다.이른바.기쁜 성탄절'이다.그래서 성탄절이 가까워옴을 기뻐하는 장식들이 골목마다 요란스럽다.
그러나 우리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바가 있다.과연 기쁘기만 한 성탄절일까.성탄절을 맞았기에 오히려 슬퍼지는 사람들은 없을까.
물론 성탄절을 맞아 기쁘기만 한 사람들도 있다.우선 백화점 사람들이 그렇다.성탄절 선물사기로 매출이 오르겠기에 그들은 기쁘다.그리고 여관.호텔 사람들도 기쁘다.성탄절 분위기에 청춘남녀들이 시간차로 여관을 들고 난다.그래서 세금도 안나가는 수입이 엄청 크다.여관.호텔에는.메리 크리스마스'다.그러나 성탄절이 오면 오히려 슬픈 사람들이 있다.글자 그대로.슬픈 성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즐거운 성탄절만 알고 슬픈 성탄절을 모른다면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된다.어떤 사람들이 .슬픈 성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인가.먼저 불치(不治)의 병으로 누워있는 환자들의 슬픔이 있다.자식을 먹이지 못하는 어 머니들의 슬픔도 있다.거기에다 집 없는 사람들의 슬픔이 있고,불황을 맞아실직당한 실업자들의 슬픔이 있다.그들은 성탄절을 맞았기에 더욱슬프다.기쁜 성탄절을 누리는 사람들 가운데서 슬픔으로 지나야 하기에 그들은 더욱 슬프다.
슬픈 성탄절을 생각하니 얀톤 슈나크의 글.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이 생각난다.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슈나크가 살았던 시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오늘에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많다.
돈을 먹고 감옥에 앉아 있는 전직대통령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중국동포들을 속여 그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한국인들은우리를 슬프게 한다.뇌물을 받아 먹은 장관들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해외 나들이에서 천만원짜리 마나님 옷을 사 왔다는 국회의원의 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날이면 날마다 신문지상에 오르는 부패.부정의 소문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거기에 굶주린 북한 동포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그들을 도울 길이 우리들에게 막혀있음은 더욱 우리를 슬프 게 한다.그리고 우리 사회에 따뜻한 인정과 훈훈한 웃음이 줄어 들어감이 우리를 슬프게한다. 버려진 장애아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 친구가 내게 전화를 걸어 슬프다고 했다.무엇이 그리도 슬프냐고 물었더니이렇게 말했다.
국민소득은 높아졌다고들 하는데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돕는 손길은 점차 줄어들고만 있으니 슬프다고 했다.장애아들을 돕는 손길도 성금(誠金)도 해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으니 이 아니 슬프지 않느냐고 했다.거기에다 교회당 건물들은 높아져 가고 교인들의 숫자는 늘어났다는데 가난한 이웃을 돕고자 하는 관심은 줄어들고만 있으니 슬픈 일이라고 했다.그래서 성탄절이 다가올 때마다 성탄절의 주인되신 예수께서 슬퍼하시지 않겠느냐고 했다.그래서.기쁜 성탄절'을 맞으며 가장 슬퍼 할 분이 예수님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성탄절은 왜 있는가.
예수께서 말했다.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슬픈 영혼들에게 용기를주기 위해 땅에 왔노라고 했다.그러나 모두들.기쁜 성탄절'을 맞느라고 분주해.슬픈 성탄절'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웃들을 잊고 있다.
올 성탄절에는 우리 모두 달라지자.청와대에서부터 산골마을에 이르기까지.슬픈 성탄절'을 맞는 이웃들을 보살피는 일에 나서자.그 일에 국민 모두가 힘을 모으고 뜻을 모으자.
그렇게 하면 하늘의 평화가 온누리에 깃들이게 되어질 것이다.
그것이 복지사회 건설의 지름길이요,선진 한국 창조의 출발점이다.다시 한번 되풀이 말해.슬픈 성탄절'을 맞는 이웃들에게.기쁜성탄절'을 선물하자.이 일에 모두가 힘을 모으자 .그래서 복된공동체를 세워 나가자.
金 鎭 洪 〈목사.두레마을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