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사이버로간다>性.여성문제 단골논제 여장남자 일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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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어떤 감시나 통제 제한도 거부하는 사이버 공간 자유게시판.하이텔 플라자의 경우 하루 평균 5백건이 훨씬 넘는 글이 무차별 쏟아진다..공직자 부정방지법 입법청원'에서부터.강간 예방책은 성개방'까지..젖소부인 유방시위하다'같은 콩트성 발 언이 나오는가 하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처형방법,최규하씨에대한 민심의 비수,신은경.허재의 음주운전사건에 대한 비난까지 거론되는 판이라 글의 분류는 아예 불가능하다.벌거벗은 민심이 횡행하는 장터쯤 되는 셈이다.
현실의 민감한 이슈 외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는.성'과.여성문제'.후자의 경우 여성 사용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사이버 공간이기에 더욱 이채롭다.몇몇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토론 형식의 주장들은 다듬어진 형태든 아니든 즉각적으로 사 용자들의 반응을 불러일으켜 한동안 플라자를 뜨겁게 달군다.이는.얼굴없는 공간'이라는 특성 덕에 현실에서 챙겨야 하는 수치심이나 도덕률을 다소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때로는 이러한 익명성을 악용,엄청난 독설을 아무런 제한없이 쏟아붓는 일도 허다하다. .여장 남자,희대의 사기극'의 주인공으로 PC통신 사용자들에게 혐오감을 일으켰던 하이텔 사용자 김윤호씨 역시 익명성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활동을 벌였던 사람.김씨는 .김선영'이라는 가공의 인물로.SEXUAL27'이라는 ID를 등록,청 소년의 성에 관한 상담을 받는등 화제의 여성논객으로 활동했다.이후 들통이 나면서 하이텔 사용자들로부터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지탄을 받고 이용정지 조치를 당하고 말았다.지난 11월이후 핫 이슈는.자살일기'다.홍승완씨가 구원을 요청한다는 뜻에서.sos505'란 ID를 사용중이다.아파트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추문들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급기야 네티즌들의 구명 서명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여기에다 간혹 등장하는.정말 급함.헌혈자 찾습니다'같은 사연.이는 사이 버 공간에도 사람의 따뜻한 피가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하지만 플라자는.설전'만 있고 진정한.논쟁'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염증을 느낀 사이버 논객들은 서서히 플라자를 떠나 동아리 모임 형태로 차츰 토론장을 옮겨간다.
자신의 취향과 깊이가 유사한 동호인들끼리 독립적인 작은 모임형태로 소그룹화 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자는 본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 사이버문화 전문출판인 변정수(29.도서출판 토마토 편집장.미디어 평론가)씨는“플라자에 가장 시급한 문제가 의사소통의 룰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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