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끓는 전통 온돌난방 명예되찾자"구들학회 사람들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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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구들.참 새삼스럽다.그 단어가 어색하면 온돌방이다.여기에 군불까지 적고 나면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 난다.시골과 도시 변두리에선 장작,그리고 이후 연탄.추운 겨울날의 따끈한 아랫목과 바람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창호지 발린 문소리.그리 고 동치미국물과 삶은 고구마.겨울밤을 지새는 도란도란 정겨운 말동무 말이다.개구장이 아이들 방 구들은 으레 내려앉게 마련이었다.불길을 통하는 갱도,즉 고래(또는 구들고래)를 덮는 구들장이 견디다 못해 주저앉기 때문이다.
그리고 틈새 벌어진 진흙균열 사이로 스며들었던 연탄가스.겨울나기 준비로 방구들을 다시 놓는 일은 연례행사쯤 됐다.
동화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곁에 있었던것만 같은데 지금은 민속박물관에 들어 앉아 있다.
전통 한옥 구들방에서 1박2일 보내는 사설 교육프로그램까지 생겼을 정도니까.여기다가 그것을 흉내낸 찜질방은 어떻고.지난 93년 청와대 옆 안가 철거 당시 온돌방과 더블침대가 있는 침실이 동시에 공개돼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얼마전부터 화강암과 원적외선을 이용한 돌침대가 팔리는 것은 웬일일까.구들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 하더라도 그 촉감은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여기다가 흙구들 아파트시공이 화제가 되고 황토집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구들이 되돌아 올 날을 짚는 것도 그리 무리 아닌듯 싶다.
그런 구들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지난 5월 결성된 구들학회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아파트와 침대문화에 마구잡이로 밀렸던 구들을 되찾자는게 그들의 신념.심지어 전통한옥 조차도 구들 대신 온수파이프와 전기열선으로 개조되고 있는 판이라 사정은 더하다.
지난달 16일 오후 단국대 학생회관 대극장..구들과 한민족문화'특별강연회가 열렸다.강연장은 구들처럼 따끈따끈해야 제격이었는데.텅빈 자리하며 상황은 정반대로 썰렁했다.영하를 오르내리는올 첫추위는 체감온도를 더 끌어내렸고.
결국 그들은 깊은 한숨까지 내쉬는 일이 벌어졌다.바로 지난달말 문화체육부가 선정.발표한.한국의 상징 10'에 한복.탈춤등이 포함됐는데도 구들은 후보군에조차 끼지 못했던게 바로 그것이다.사실 한복은 구들보다 역사도 덜하려니와 한복 자체가 구들문화의 부산물이라는게 구들 전문가의 판단 아닌가.
단국대 김남응교수(건축공학)는 서운한 표정을 씻지 못한채 말문을 열었다.“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원초적 질문은 구들에서 출발한다.그런 연유로 일본은 물론 미국.영국.프랑스등에서 바닥난방 표준모델 개발을 구체 진행중이다.김치의 원조 를 빼앗긴 전철을 다시 밟아야 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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