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환경보존 - 녹색성장, 공존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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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일 폐막하는 람사르 창원 총회장에는 탄소상쇄기금 부스가 있다. 하루 약 100명이 항공기와 자가용 같은 교통수단과 이동거리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지난해 세계은행의 청정개발체제(CDM) 배출권 거래 평균가격인 t당 13달러를 곱해 기부금을 낸다. ‘저이산화탄소 녹색소비운동’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여야 환경 재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이산화탄소 경제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특히 미래 성장동력인 그린에너지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린에너지 산업이 뜨는 이유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그린에너지 산업, 왜 뜨나=그린에너지는 온실가스나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가리킨다.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대표적인 그린에너지에 속한다. 정부는 9월 9대 그린에너지 기술 개발에 5년 동안 3조원을 투자한다는 ‘그린에너지 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그린에너지 산업이 뜨는 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문제를 방치할 경우 2100년까지 경제적 손실이 세계 GDP의 5∼20%에 달해 1930년대 대공황에 맞먹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CO2 의무 감축에 소극적인 미국과 개발도상국에 이를 강제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 논의가 활발해진 데다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에너지원 고갈 우려가 높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부각된 것이다.

미국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는 그린에너지 분야의 2030년 투자 규모를 7조 달러로 예측했다. 정보기술(IT) 혁명기에 견줄 만큼 성장잠재력이 높은 산업이라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수석연구원은 “‘녹색 경쟁’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린에너지 혁명, 생활양식 바꾼다=경북대 김종달 교수는 “그린에너지 산업으로 인해 ‘빨리빨리’ 삶에서 벗어나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다운시프트(downshift)족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족이 늘어나는 등 저이산화탄소 생활양식이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저이산화탄소 생활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환경부는 저이산화탄소 제품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7월 탄소성적표시제를 시범 도입했다. 제품이 만들어낸 온실가스의 양을 표시하는 ‘카본 풋프린팅(Carbon Footprinting·탄소발자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주시도 전기를 아끼는 가정에 일정 비율의 포인트를 제공해 상품권 등을 주는 ‘탄소포인트 제도’를 10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환경보존 vs 녹색성장=친환경 그린에너지 산업 발전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올 연말 착공키로 한 밀양 풍력발전단지 착공이 늦춰진 것이 한 예다. 경남도와 밀양시는 “청정에너지인 풍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원인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친환경 사업”이라고 주장했으나 울산시와 환경단체 울산 생명의숲이 “풍력발전으로 얻을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산림 파괴로 잃게 될 거대한 온실가스 흡수원과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착공이 늦춰졌다.

환경보호와 녹색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강 연구원은 “녹색성장은 환경과 성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을 포함한 보다 넓은 개념”이라며 “시장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 교수는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이 환경보호보다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녹색’이란 말로 포장됐을 뿐 환경보호는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선택과 집중 잘해야=우리나라 그린에너지 산업은 생산액이 17억7000달러로 GDP의 0.2%, 세계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2007년 기준).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은 50∼85%며 수입의존도는 태양광 75%, 풍력은 99.6%로 매우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강윤영 선임연구위원은 “자연환경도 태양광·풍력 발전단지 건설에 유리한 편이 아니다”며 “기술 경쟁력을 높여 해외 수출을 꾀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이 발전하려면 백화점식 지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잘해 가능성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길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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