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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총파업 으름장 온당치 않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총과 민노총 등 노동단체가 산하 기업노조에 10일로 총파업을 예정하고 준비절차를 마치도록 지시함에 따라 전국 대형사업장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총파업이라는 말은 다분히 공격적 이미지를 띤 상징적 표현이다.
현행 노동법하에서나 개정 노사관계법안 테두리에서는 노동법개정과 같은 정치적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불법이다.기업별노조를 택하고 있는 법체제하에서 파업은 기업별협상대상이 분명한 내용에 대해 소정의 절차를 거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별로 파업을 결의해 총파업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합법화될 수는 없는것이다. 사회주의실험이 실패로 끝난 오늘날 다시 이데올로기적 냄새가 나는 총파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물을수밖에 없다.단지 으름장의 강도를 상징적으로 높이자는 것인지,그렇지 않으면 노총과 민노총이 서로 영향력을 높이려고 선명경쟁을 하는 것인지 의아심이 간다.
노조가 국민의 지지속에 세(勢)과시를 하려면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보다는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정부안에 불만이 있다면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과국민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서다.지금 파업을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정부가 파업 때문에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바꿀 수도 없는 실정에서 불을 보듯 뻔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무릅쓴다는 것은 지나친 도박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우외환이 겹쳐있는 우리 경제는 파업이라는 폭풍이 닥치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작업장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작업장이 없어지면 아무리 좋은 노사관계법이 생긴다고 해서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와 기업도 개정된 노사관계법이 과도적으로 근로자의 생활을불안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당면한 경제의 어려움만 내세워 근로자를 구석으로 모는 인상을 주는건 국민적 공감을 얻기도 어렵고,불필요한 마찰만 유발할 위험이있다.참여와 협력을 기본명제로 시작한 신노사관계의 정신이 벌써사라지고 다시 대립과 반목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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