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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빼돌리기 투자移民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뉴질랜드 이민을 위해 지난해 대기업 과장직을 그만둔 K씨(35)는 최근 한 이민대행업체를 통해 이민갈때 1백만달러(8억3천만원)를 여행자수표로 바꿔 가져간뒤 현지에서 돌려주면 5만달러의 사례금을 주겠다는 브로커를 소개받았다.물론 돈의 출처나 소유자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묻지말라는 조건이 붙었다.
K씨의 이주정착비는 퇴직금과 24평짜리 집을 팔아 마련한 20만달러 남짓.그러나 투자이민의 경우 1백50만달러까지 가져갈수 있기 때문에 결국 1백만달러를 돈세탁해달라는 부탁이었다.해외 이민자에 대한 이주정착비 규정이 올 6월 4 인가족 기준 1백50만달러까지 두배로 확대돼 투자이민이 증가하면서 이를 이용,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특히 일부 부유층들은 자식들의 병역면제및 상급학교 진학 수단으로 투자이민을 간뒤다시 국내로 들어와 사업하는 경우마 저 있는 실정이다.
◇실태=철강 중소기업을 경영하던 C씨(55)는 노조문제가 시끄러워지자 올초 사업을 정리하고 살던 집을 2억원에 전세준뒤 최근 캐나다로 1백만달러를 들고 투자이민을 떠났다.C씨는 캐나다 영주권을 얻고 20만달러에 수영장까지 딸린 집 을 구입한뒤한달만에 부인과 함께 귀국,정리했던 사업을 재개했다.
C씨는 이민덕택에 큰아들은 병역을 면제받아 지난달 한국기업에취직,근무중이고 딸은 캐나다 대학에 입학했다.
강남에서 대형 룸살롱을 운영하던 Y씨(49)는 지난해말 80만달러를 갖고 뉴질랜드로 투자이민을 갔다.그는 곧바로 귀국해 룸살롱을 다시 경영하면서 출국할때마다 친구들이 현지에 부동산을사달라고 부탁한 자금등 10만달러가량씩을 뉴질랜 드에 송금하고있다. ◇외환제도 변경=재정경제원은 올 6월 해외이주비 한도를가구주는 40만달러,가구원은 1인당 20만달로 두배 늘렸다.투자이민의 경우는 추가로 50만달러까지 확대했다.또 이민자는 3년이내에 모두 1백50만달러까지 송금이 가능하다.
이에따라 이민형태도 80년대 주종을 이루던 연고 이주가 줄어들었으며 올해의 경우 투자이민이 40%를 넘어섰다.
투자이민 대상국도 미국보다 외환관리가 허술한 캐나다.뉴질랜드.호주에 집중되고 있다.
◇문제점=외환관리법상 이주비는 신고제로 돼 있고 10만달러가넘을 경우 관할세무서에서 자금출처 확인서를 받게 돼 있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다.
N이주공사에 따르면 올 6월이후 1백만달러가 넘는 투자이민 신청자가 40%이상 증가했다.또 투자이민의 경우 1백만달러 자금출처 확인서를 받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H이주공사 관계자는“금융실명제 이후 이민자를 통해 돈을 세탁하는 브로커도 상당수 있다.지난달에는 이민자를 통해 70만달러를 반출했다가 현지에서 돌려주지 않아 돈을 날린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책=돈을 빼돌리는 경우 이주민과 실제 자금 소유자는 외환관리법에 저촉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등 형사처벌 대상이다.재경원 국제금융과 관계자는“재외국민 지원차원에서 이주비를 현실화했다.그러나 이민 알선업체등에 서 이를 악용해 돈세탁에 활용한다면 이주비가 많은 이민자를 선별,국세청에서 자금출처를 조사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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