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값으로 팔면 납품업체만 죽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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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을 납품업체에 강제로 반품하는 대형마트, ‘10년 전 가격으로 판다’고 광고하고는 제조사에 ‘옛날 가격으로 물건을 대라’고 강요하는 유통업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런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백화점·홈쇼핑·편의점·인터넷쇼핑몰·대형서점에 물건을 대는 123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 또는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납품업체의 불만은 ‘판촉 관련 부당 강요’(24.6%)가 제일 많고, 다음은 ‘부당 반품’(20.7%)이었다. 판촉과 관련해서는 판촉 사원 파견(21%)과 사은품 제공(15%)을 강요당한 업체가 많았다. 공정위 박상용 기업협력국장은 “판촉 비용은 예상이익에 따라 판매자와 납품업체가 분담하고, 이익을 예상하기 어려우면 절반씩 나누는 게 원칙”이라며 “비용 대부분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반품 강요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제품 자체에 하자가 없거나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반품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임박한 제품, 또 소비자가 단지 마음이 바뀌어 무른 제품을 반품시킨 사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체는 반품하면서 돈을 돌려받았다.

이 밖에 납품 단가 등을 정한 뒤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단가를 올려 받는 일도 잦다고 납품업체들은 답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위법행위 혐의가 있는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해명·시정조치를 하도록 하고, 미흡할 경우에는 직접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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