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정책 '삐걱' 혼선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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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부처들 사이에 삐걱거리는 경제정책이 최근 부쩍 많아지고 있다.의무고용제 완화가 정부 최종방침으로 확정,발표됐는데도 보건복지부가 정치권과 합세해 영양사 의무고용을 끝까지 버티는 바람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통상산업부와 건설 교통부도 건건이 부닥치고 있어 10.9 경쟁력 대책으로 나온 수도권 공장증설 허용 문제가 아직 구체적인 입지기준을 정하지 못했다.
건교부는 인접된 땅에만 증설이 가능하며 길하나 건너는 정도야괜찮지만 5백쯤 떨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반면 통산부는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증설할 수 있도록 하자며 맞서고 있다.
근린생활시설내 입주가 가능한 공장규모 기준을 높이는 문제와.
소규모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신한국당 의원입법) 제정 방안에 대해 통산부와 중기청은 대환영이다.그러나 건교부는 주거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 문제도 또하나의 골칫거리.지난 8월 총리실이 나서.현행 체제유지'로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와건교부가 계속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정치권까지 동원되고있다. 건교부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이유로 건설중인 공사에 대한 안전관리를 자신이 맡겠다고 나섰다.하지만 그동안 이 업무를 맡아오던 노동부가 반대했다.결국 건설기술상 안전관리는 건교부,현장 근로자의 안전관리는 계속 노동부가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는 양쪽에 안전관리 보고서를 내고 이중 감독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또 정작 문제가 터지면 서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소지를 남기게 됐다.
농림부도 모든 단계에서 농산물 안전성 검사를 직접 실시하겠다고 나섰다.보건복지부가.남의 일에 손댄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농림부가 출하 이전 단계를▶복지부가 그 이후 단계를 맡는 식의 절충안에 합의했다.
공공요금 인상문제를 둘러싼 부처간 시비도 매우 첨예하다.복지부는 의료보험수가,통산부는 전기.가스요금,건교부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데 대해 물가지수 목표 억제선 달성이급선무인 재경원은.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슈퍼부처'재경원을 둘러싼 시비도 한두가지가 아니다.통산부가 에너지탄소세를 도입하자고 선수를 치자 재경원 세제실은“누구 마음대로”라며 고개를 젖고있는가 하면 어음보험제도 도입에대해서도“시기상조”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3월 장관급 부처로 승격된 공정위도 제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정부 스스로 경쟁제한적인 법령이나 규정을 고쳐 나가자고 하나 여의치 않다.통신.건설.금융등 정부가 끼고 있는 사업들부터 불공정거래행위를 하지말 것을 촉구하고 있 으나 거북이걸음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정부안의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상호협력이잘 안된다”면서 대통령 임기말로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이처럼 부처들끼리 다투면서 정작 서울시의 재건축 허용같은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곳도 챙기는 데가 없다.

<양재찬.신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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