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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고 싶다면 전세 고려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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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 26면

정부가 금융위기를 맞아 부동산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때를 방불케 한다. 부동산 규제의 백화점이라고 할 만한 2005년 8·31 대책과 2006년 3·30 대책의 골조가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정부가 이르면 4일 발표할 예정인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양도차익의 50~60%) 완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중과 대상에 포함된 1가구 2주택자가 주시하는 대목이다. 벌써 종합부동산세 개편처럼 ‘강부자 정권’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나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양도세 완화로 매물 더 늘 수도
시장에 미칠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도세 완화는 매도와 매수 양쪽에 영향을 준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뒤집어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주택자가 세금이 부담스러워 집을 팔지 못하는 일은 없게 하자는 취지다. 이로 인해 매물이 늘어날 수 있고, 세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호가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매수세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매물 증가와 호가 하락에 따른 시장 침체만 가속화할 수 있다. 2005년 기준 1가구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 가구는 88만7180가구로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237만 호다. 이 중 38%가 수도권 주택이고, 투자용 주택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강남권과 경기도 용인·평촌·분당 등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 팔기 어려운 시기인데 …

관건은 잉여주택을 보유하려는 신규 수요가 얼마나 창출되느냐다. 실수요자보다 투자자의 움직임이 중요해진다. 투자 심리는 아직 겨울이다. 자산시장 전체가 글로벌 금융위기란 한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대출 시장 역시 얼어붙었다. 금리도 아직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기대처럼 신규 수요가 활발히 유입된다면 몰라도 최근 부동산 시장은 다주택자의 매물을 소화해 낼 정도로 튼튼하지 않다. 다주택자가 매도 호가를 낮춘다면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거래가 다소 활발해질 수 있다. 또 정부가 매수자에 대해서만 양도세 중과를 완화한다면 수요 확충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정부 대책은 과녁이 두 개다. 투기지역 해제, 보유세 완화 등을 통해 수요 확충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500만 호 건설 계획뿐 아니라 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개선 등 여러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렇지만 미분양과 경매 물건 외에 양도세 완화에 따른 다주택자의 매물까지 쏟아진다면 수급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건설경기 부양보다 기존 매물만이라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급하다.

한번 꺾인 시장 분위기는 좀처럼 저기압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온갖 대책이 쏟아졌으나 시장은 하락 기조를 이어가다 어느날 부양대책 대신 투기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정책의 약효가 시차를 두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마음이 편한 부류는 학원이 많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나 노원구 중계동(일명 소치동)에 전세로 사는 사람, 이른바 ‘대전족’‘소전족’이라고 한다. 주택 보유자는 가만히 앉아서 집값이 깎이는 고통을 받고 있지만 법적 장치를 갖춘 이들은 원금을 확실히 보장받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계약 연장 시 큰소리까지 칠 수 있다. 집주인이 전세금 하락분까지 돌려주며 눌러 앉기를 요청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하락함에 따라 다른 지역에 내집을 마련할 기회 역시 늘어났다.

이사를 가고 싶다면 집을 팔 게 아니라 전세를 놓고 전세를 얻어 가는 것이 현명하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종전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 팔려고 해도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위험뿐 아니라 각종 세금과 수수료 등 거래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럴 때는 거래를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될 수 있다.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매매 자체를 중단하라는 뜻이다. 이사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 좀 더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고정금리 대출을 받더라도 지금은 금리가 높아 실속이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좋아져 대출 금리가 다소 떨어질 전망이다.

‘급급’매물 노려라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빠진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집값이 많이 빠진 지역에 집을 구입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뒤늦게 오른 강북 지역의 집을 팔고 강남의 급매물로 옮겨타는 식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내집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살 집도 오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에 따라 하락 시기가 다르므로 시차를 활용해 팔고 사는 방법이다. 하락기에는 먼저 확실히 판 후 사는 것이 요령이다. 대세 하락을 확신한다면 싸게 팔더라도 현금을 챙긴 뒤 신규 분양을 노려볼 만하다.

급매물 정보를 얻으려면 평소 관심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일단 정보를 입수하면 신속히 움직여 결판을 지어야 한다. 경매시장 물건도 할인 폭이 크다는 점에서 급매물과 유사하다. 특히 3억원 이상 물건은 유찰이 많다. 낙찰을 받아도 되팔 수 있는 퇴로가 막힌 데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경매 시장의 열기는 서울 강남→강북→인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매 시장에서 인기가 뚝 떨어진 강남 중대형부터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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