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전체가 ‘저 푸른 초원’ … 맥도널드 그린 매장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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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날달 29일 (현지시간) ‘바람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찬바람이 매섭던 미국 시카고 남쪽 애슐랜드가. 특유의 노란 ‘M’자형 간판이 선명한, 세계 최대 햄버거체인 맥도널드의 매장이 눈에 띈다. 언뜻 봐선 여느 점포와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맥도널드가 수년간 공들여 개발해 8월 야심 차게 선보인 첨단 친환경 ‘그린(green) 매장’이다. 특히 지붕 전체가 푸른 풀밭(사진)인 게 이채롭다.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환경 의식에 발맞춘 맥도널드의 상징적인 그린 전략인 것이다.

이 건물의 특색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최대한으로 재생원료를 건축자재로 사용했다는 점. 설계를 담당한 더글러스 킴볼은 “매장 안팎의 모든 조명은 일반 전구보다 에너지 효율이 50% 이상 좋은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으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조리실쪽 천장에는 커다란 유리창을 냈다. 전기를 쓰는 인공 조명 대신 햇빛을 충분히 활용하려는 취지였다. 킴볼은 “햇빛의 밝기를 측정해 자동으로 조명을 조절하는 장치도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시설은 건물 밖 곳곳에도 설치돼 있었다. 주차장 바닥은 일반 아스팔트로 깔지 않고 바둑판 모양의 타일을 깔아 타일 틈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 수 있도록 했다. 빗물이 땅 밑에서 고이게 해 지하수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붕에 풀밭을 만든 건 자연을 이용해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붕이 시멘트 바닥일 때보다 흙과 풀로 덮여 있을 경우 건물이 쉽게 데워지거나 식지 않기 때문이다. 실내에 놓인 테이블·의자·장식용 유리 등도 절반 가까이는 폐기물을 재생시킨 것이라고 맥도널드 측은 설명했다. 장식용 유리의 경우 코카콜라 병을 녹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 설계책임자인 맥스 카르모나는 “이 첨단 그린 매장을 발전시켜 곧 전 세계로 보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맥도널드가 그린 매장을 개발한 건 친환경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다. 맥도널드는 그동안 비만 문제와 함께 환경훼손 시비로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의 단골 표적이 돼 왔다. 몇 년 전까지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생산된 콩 때문에 공격을 받았다. 문제의 콩은 아마존 밀림을 태운 자리에서 생산한 것들이었다. 맥도널드는 이런 콩으로 기른 닭을 식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마존 훼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었다. 결국 맥도널드는 지난해 환경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 문제의 콩을 먹인 닭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카고=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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