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도 불법가짜 나돈다-케니 G 복제음반 수도권서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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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제는 콤팩트 디스크(CD)를 살 때도 가짜가 아닌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그동안 국내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왔던 불법복제 CD가 버젓이 소매점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불법 복제음반은 제작이 쉬운 카세트 테이프가 주류를이뤘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CD 복제품이 발견돼 음반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여대생 朴모(22.경기도광명시철산동)씨는 서울 강남역 지하의 한 소매상에서 구입한 케니 G의 최신음반.더 모먼트'중몇몇 곡의 음질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이에 BMG는 朴씨로부터.불량품이니 교환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검 토하다 CD가불법복제품인 것을 알게 됐다.
BMG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케니 G의 불법복제 CD가 수도권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국제음반산업연맹(IFPI)한국지부를 통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한영업관계자는“복제품 제조업자와 소매점에 음반을 공급하는 중간 도매상들이 결탁한 유통망이 철저히 점조직으로 이뤄져 있고 폭력배와의 결탁설까지 있어 추적이 힘들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발견된 케니 G의 불법 CD들은 일반 소비자들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복제상태가 정교하다.표지의 인쇄상태가 약간흐릿하지만 정규제품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겨우 알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CD 알판의 뒷면에 인쇄장치(프레서)의 고유번호가 찍혀있지 않아 무허가 장치로 복제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정규제품의 뒷면에는.BMGAD2130'이란 발매번호와 함께.IFPI'이란 영문.숫자가 뒤집힌 상태로 적혀 있는데 이 는 IFPI가 세계 각지의 CD 인쇄장치에 부여한 고유번호로 음반을찍어낼 때마다 자동인쇄된다.
10월초 발매된 케니 G의.더 모먼트'는 발매 한달만에 판매량 20만장을 넘어서고 팝음반 판매량에서 두달째 수위를 지키고있는 히트작이다.
이와 함께 최근 지방 도시지역에서는 국내 가요중 히트곡들만을발췌해 수록한 불법 CD들이 유통되고 있다.흔히 노점에서 판매되는 불법 카세트 테이프와 같은 형태의 편집 CD가 등장한 것이다.가령 광주지역에서 발견된.X세대들을 위한 최신 뉴 히트송모음집'에는 터보의.트위스트킹',클론의.꿍따리 샤바라',일기예보의.좋아 좋아'등 히트곡 17곡이 들어 있다.
이같은 유형의 CD들은 주로 소매점에서 정규 음반보다 2천원가량 낮은 1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CD 특성상 음질 차가 거의 없고 히트곡만을 한데 모았다는 장점 때문에 수요가 점점 치솟고 있다는 것.
음반업계 관계자들은“가짜 CD 유통이 지방에서부터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해두면 음반제조.유통업계는 물론 가요 종사자들까지 설 땅이 없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음반시장은 연간 4천억원대로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에진입한 것으로 공인받고 있다.그러나 이에 맞먹는 규모의 불법음반 시장(블랙 마켓)이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으나 저작물 보호에대한 인식 부족으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 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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