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선 특허 소송 때 변리사·변호사 동급 유럽 소송 75%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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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특허권 보호에 선진 각국이 더 열심히 뛰고 있어요. 프랑스만 해도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리사의 역할을 변호사와 동렬에 놓기 위해 법 개정을 서두르는 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아요.”

이상희(사진) 대한변리사회장은 30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프랑스 변리사회 국제 세미나가 열린 자리였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는 말만 무성하지 사법부나 국회가 도통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행사는 두 나라 변리사 50명이 모여 지재권 보호와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프랑스의 지재권 보호 움직임이 활발하다던데.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리사 단독으로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으로 소송을 맡을 수 있는 독일보다 변리사의 역할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다. 유럽의 특허 침해 소송이 독일로 몰리는 데 자극받아 소송 수요를 프랑스로 끌어 보려는 노력 같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 독일이 편리한 점은 뭔가.

“연간 1150건의 유럽 전체 특허 침해 소송 가운데 75% 정도가 독일 법정으로 온다. 독일에선 변호사가 소송을 맡았다가 잘못되면 손해 배상까지 해주는 일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변리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해 만전을 기한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전국 법원 어디서나 특허 침해 소송이 가능해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 더구나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는 변호사의 보조역으로 소송을 공동으로 맡지 못한다. 변리사도 자기 전공이 아니면 다른 분야의 특허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인문학 전공자가 대부분인 변호사들이 특허 소송을 단독으로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선 방향은 뭔가.

“국회와 사법부가 움직여 줘야 한다. 변호사와 변리사가 특허소송을 공동으로 맡도록 하자는 건 밥그릇 싸움의 차원이 아니다. 빨리 법을 고치지 않으면 법률 수요자인 기업과 특허권을 가진 개인, 나아가 국가가 피해를 본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특허법원을 세울 때 배우러 왔다. 그 뒤 일본은 구미 선진국처럼 사법제도를 고쳐 시행하는데 우리나라는 되레 뒤처지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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