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 자녀와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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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땅 속에 고구마가 있네.” “고구마가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호미질을 해야 해요.” 도시에만 살던 아이들은 처음 보는 호미도, 땅 속에 영글어 있는 고구마도 신기하기만 하다. 쌀쌀한 가을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팔을 걷어붙였다. 너도나도 고구마 캐기에 정신이 팔려 추운 줄도 모르나 보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아이들은 어느새 봉지 가득 고구마를 담았다. 모두 자기가 캔 고구마를 엄마에게 자랑하기 바쁘다.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에서 주최한 이번 팜스테이 농촌문화체험교실은 농촌문화를 접해보고 농부들의 땀과 수고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마련됐다. 농업박물관 최윤영(29)씨는 “요즘에는 초등학교 재량활동 시간이 늘어난 덕분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가을을 느끼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고구마를 캐고 난 뒤에는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청국장. 고약한청국장 냄새가 진동을 하자 아이들은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린다. “민규야, 청국장 한 번 먹어봐.” 평소에는 청국장을 안 먹는 민규지만 아빠가 권유를 하자 마지못해 한 입 먹어본다. “어때? 맛있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요.” 권민규(11·동오초5)군은 “야외에 나와서 가족들과 음식을 먹으니 평소에 먹기 싫었던 음식도 맛있는 것 같다”며 머쓱해 했다. 내친 김에 달래나물과 연근무침까지 맛보더니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이제는 일을 하러 갈 시간. 본격적으로 벼 베기에 나섰다. 다른 논들은 이미 추수를 끝냈기 때문에 서둘러 서벼를 베야 한단다. 마을 이장님은 낫쥐는 방법과 벼 베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박영준(11·청계초5)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벼를 베 보는 거라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이장님이 도와주셔서 곧 익숙해졌다”고 말하고는 자신이 벤 벼를 갖고 곧장 탈곡기 쪽으로 달려갔다. 탈곡기도 처음 보기는 마찬가지. 쌀이 달려있는 끝부분만 살짝 탈곡기에 대고 발로 눌러주면 낟알은 떨어져 나가고 쭉정이만 남는다. 탈곡기가 윙윙 돌아가며 낟알이 이리저리 튀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박군의 어머니 김경숙(40)씨는 “농사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벼를 한번 만져보고 쌀에 대한 느낌을 아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한다”며“영준이가 밥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이해했으니 앞으로는 밥 한 끼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 체험은 떡메치기. 2인 1조가 되어 무거운 떡메를 사이좋게 내려치는 재미가 쏠쏠했다. 손도 작고체구도 작은 초등학생들이지만 어찌나 야무지게 떡메를 치는지 금세 쫀득쫀득한 흑미 인절미가 완성됐다 .그 자리에서 콩고물을 뿌려서 먹으니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다. 두 남매를 데리고 온 심선화(43)씨는 아이들보다 더 즐거워했다. 심씨는 “오랜만에 시골에 와보니 어렸을 때의 어렴풋한 기억이 떠올라 새삼스럽다”며 “서울에서는TV만 보고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는 정호가 자연을 벗삼아 자유롭게 뛰어 노는 모습을 보니 학교에 빠지고라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는 서민호(39)씨도 “오랜만에 두 딸아이와 재미있는 경험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평소에는 바빠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아빠 노릇 제대로 한 것 같아 정말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은 11월에도 농촌의 겨울을 느껴볼 수 있는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agrimuseum.or.kr 참고) 여주 해바라기 마을 농촌체험을 원하는 가족은 031)886-8668로 문의하면 된다. ○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사진_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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