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와만 대화시도는 妄想-김대통령 순방 기자간담.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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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7일 북한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지난 24일 마닐라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후퇴했다는 시각(視角)을 일축했다.
金대통령은.북한의 선(先)사과 후(後)4자회담'이란 원칙에는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북한에 사과할 수 있는.기회'를 주기 위해 사과없이도 4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탄력적인 입장을 확실히 했다.
金대통령은 사과를 받기 위한.새로운 방법론'이라고 이를 해명했다. 이와 관련,청와대 관계자는“대북(對北)압박 자세를 느슨하게 했거나 미국에 밀려서 이런 입장을 취한게 아니다”고 강변했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金대통령은 북한의 사과를 얻어 내기 위한 노력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적극 동참키로 했다는 점을 꼽았다.따라서 미국과의 대화만으로 잠수함사건을 타개하려는 북한의 시도는.망상'이라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청와대측은“선(先)사과를 포기한 것이라는 국내 일부의 비판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그렇지만 문제는 북한이 4자회담에 언제 응해올 것이냐는 점이다.
정부는 북한의 경제난,미국의 설득으로 회담개최의 가능성을 과거보다 높게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 또다른 카드를 내놓고 국면을 역전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 침투사건은 한국.북한.미국간의 3각게임이 새롭게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金대통령의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1시간5분간 진행된 기자간담회의 기조발언과 일문일답 내용의 요지다.
◇발언=한.미정상회담은 북한잠수함 침투사건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미양국이 심각한 우려를 같이하고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긴밀한 대북공조체제를 과시한데 큰 의의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잠수함침투사건을.불행하고 용납할 수 없는'사건이라고 규정짓고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표시했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대(對)한국안보공약을 다시 다짐했으며 대북억지력 제고를 위한 한.미연합방위태세의 강화를 재확인했다.
클린턴 대통령과 나는 한.미간 공조체제에 한치의 틈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이 큰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남북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남북당사자간 회담이모든것을 해결하는 열쇠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문일답 -4자회담과 관련한 지난번 워싱턴 포스트지 회견(11월9일)내용은 대통령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된 것입니까.
“거의 그대로 보도되었습니다.그리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강하고도 확실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클린턴 대통령도 분명히 내 이야기를 이해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종전 입장에서 후퇴한 것은 아닙니까.
“전혀 그런것이 없습니다.양보할 성질이 못되지 않습니까.장교로 구성된 정규군인들을 태운 잠수함이 처음으로 직접 상륙하고,중무장하고 내려와 우리 군인과 민간인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강원도 일대는 준(準)계엄령상태와 마찬가지여서 생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경수로 지원문제만 해도 신변보장이 안되고 사람을 때려 죽이는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보낼수 있겠습니까.
사과와 재발방지 보장에 확실한 것이 없는데 북한에 누구를 보내서 공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그리고 그 많은 비용을 우리 국민들이 내려고 하겠습니까.” -북한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우리는 북한에 15만의 쌀.분유를 아무 조건없이 주었습니다.지금 우리는 역사이래 풍년이지만 북한은 또 흉년이 들어 벌써쌀이 없습니다.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뿐이며 과연 북한이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는 시간문제입니다.
북한은 이제 붕괴단계에 들어섰습니다.잠수함 침투같은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도 그런 초조함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귀국후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할 것인지요.
“그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4자회담이 언제 성사될 것으로 보십니까.
“세상에서 예측하기 어려운게 북한입니다.그래서 예측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사과와 재발방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안되면 4자회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입니까.
“사과와 재발방지가 선행되는 방법이 옳지만 북한이 굳이 4자회담에 나와서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2가지 방법을 다 제시한 것입니다.” -북한이 4자회담을 받아들이고 사과.재발방지 약속을 하면 경협문제등이 다시 풀리게 됩니까. “북한이 쓰는 태도와 용어에 모든 것이 달려 있습니다..아'다르고.어'다른것 아닙니까.북한이 하는 행동과 걸음걸이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콸라룸푸르=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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