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N 지난 광복절 日대사관앞 음독자살 사건 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독도를 지키기 위해 의로운 죽음을 선택한.현대판 안용복'의 숭고한 뜻을 복원시킨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다큐멘터리 전문케이블 CTN(채널29)이 29일 밤8시 방영할.독도를 지키러 떠난 영혼'(연출 양충).지난 8월15일 광복절 낮 12시 무렵서울종로구 일본대사관 맞은편 길가.한 노인이 살충제를 마시고 쓰러진다.
아스팔트의 열기가 40도를 훨씬 넘긴 오후3시쯤.현장을 지나던 관할파출소 P3순찰차 한대가 그를 발견하지만 경찰관은 행려병자로 판단,동부시립병원 응급실로 넘겨버린다.
같은 시각 세상의 이목은 연세대에서 며칠째 계속되는 한총련과경찰간의 극한 대치상황에 쏠려있다.
그러나 응급실 간호사의 따뜻한 .관심'으로 이 행려병자의 신원이 뒤늦게 확인된다.
엄주성(嚴柱城.66).88년 포천경찰서에서 경감으로 30년간의 외길 경찰생활을 마칠 때까지 화랑무공훈장(군복무).무궁화 봉사상.대통령표창등을 두루 받은 모범 공직자.넉넉한 살림,장성한 5남매에 후덕한 아내를 두었고 손주들 재롱에 여생을 편안히보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노인이다.
그는 왜 광복절 오후 일본대사관 앞에서 갑자기 음독자살을 택했을까.김영삼 대통령이 93년 발급한 국가유공자증서와 함께 발견된 한통의 유서에 자결동기가 드러나 있다.
“거듭되는 일본의 독도망언과 침략야욕을 규탄하며… 특히 7월12일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귀측의 우익단체가 주일 한국대사관에 차량폭탄 테러를 가해…중략…광복절을 맞아 우리의 강한 민족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 다큐멘터리는 비분자결에 이른 그의 행적을 역추적하는 형식으로 그려진다.그의 품속에서 발견된 태극기는 독도수비대에 전달된다.그의 유서는 일본대사에게 전달됐지만 아직 회신은 없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