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소세인상 골퍼가 '봉'인가-그린피만 덩달아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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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행정은 일관성과 형평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골프행정은 두가지 면에서 모두 낙제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프장에 대한 규정.정부는 골프장을.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엄연히 체육시설로 명시해놓고도 세금을 낼때는 사치성 시설로 분류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2중잣대로 인해 골퍼들만 멍들고 있다.
골퍼들은 세금인상을 구실로 해마다 그린피를 제멋대로 올리는 골프장들의 처사를 대책없이 감수해왔다.골프장이 태부족인 현실에서 부킹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심정이었던 것.
그린피는 93년 자율화되면서 수차례 인상돼 4만5천원하던 것이 현재는 주말 비회원 기준으로 8만~9만원선으로 껑충 뛰었다.최근 3년간 무려 2배나 오른 것이다.그러나 골프장의 서비스는 하나도 개선된게 없다.
골프장에 관계된 각종 세금이 그린피 인상의 주요인이었지만 일부 골프장은 흑자를 내면서도 남들이 올리니까 덩달아 따라 올리는 횡포를 부려왔다.
최근 정부는 골프장에 그린피 인상의 빌미를 또다시 제공했다.
재정경제원은 지난 7일 골프장.스키장등 소위 사치성 업소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특별소비세(특소세)를 인상한다고 입법예고했다.
12월초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뒤 12월 중순께부터 시행에 들어갈 이 법은 골프장 이용객이 내는 특소세를 한꺼번에 30%나인상했다.이에따라 특소세와 관련된 제반 세금도 덩달아 오르게 됐다.특소세는 현행 3천원에서 3천9백원이 되고 교육세는 9백원에서 1천1백70원,농어촌특별세는 2백70원에서 4백80원,부가가치세는 4백80원에서 6백24원으로 각각 상향조정된다.
따라서 현행 5천2백80원인 특소세는 1천5백84원이 오른 6천8백64원이 된다.
소비억제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골프인구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연간 골프장 이용객이 9백만명을 넘기는 대중화 추세에 역행하는 부당한 처사라는게 대다수 골퍼들의 지적이다.
한자리수 물가억제를 표방해온 정부가 앞장서 한꺼번에 특소세를대폭 인상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그러나 정작 문제는 특소세 인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특소세 인상에 따른 그린피 인상분은 1천5백84원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몇몇 골프장을 주축으로 이를 계기로 그린피를 대폭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결국 정부는 또다시 앞장서 그린피 인상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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