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패트롤>주민손으로 不實공사 바로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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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아파트생활을 못견딜 것같아 이사올때 많이 망설였어요.하지만 요즘은 아파트 주민들간의살가운 정에 단독주택이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부천 중동신도시 포도마을 뉴서울아파트 주민 신상운(申霜雲.43.여)씨가 아파트에 당초 기대하지 않은 애착을 갖게 된 것은 지난 3년여에걸친 힘겨운.주민자치'의 결실 덕이다.
뉴서울아파트는 93년4월 분양직후 외벽이 갈라지고 지하실에 물이 차는등 부실하게 지어졌다.이에 1천5백여 주민들은 건설업체와 부천시.건설교통부에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이 받은 것은 사과도 보상도 아닌.집단 이기주의'라는 냉소뿐.
“떠들면 아파트값이 떨어져 너희들만 손해”라는 건설업체의 은근한 협박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하자대책위를 구성하고 시공업체와감리회사.부천시장을.직무유기'로 고발하는 한편 같은 아파트에 살던 건설기술자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 하 자를 정밀조사,자구책을 찾기 시작했다.
“외부에 알려지면 아파트값이 폭락할지 모른다”며 쉬쉬하던 일부 주민들을.정당한 권리찾기'란 명목으로 설득한 주민들은 각계에 억울함을 호소,지난 9월 5개 신도시중 처음으로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8억3천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아 자체보수를 마쳤다.
하자대책위의 보수는 단순한 건물보수에 그치지 않았다.조경전문가인 주민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단지조성 도면에서 나무가 덜 심어졌다는 사실을 찾아내고 1백50그루의 벚나무를 보상받아 벚꽃정원을 꾸미기도 했다.
주민 김정희(金正姬.50.여)씨는“붕괴설까지 나돌던 음침한 주차장에 철골기둥을 세우고 초록색 코팅바닥을 깔아 호텔주차장처럼 단장했을때 새삼 주민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가장 큰 소득은 숱한 반상회를 통해 되찾은.이웃'.입주자대표 이진수(李晋修.50)씨는“어려운 싸움을 함께 한 주민들 사이에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 생겨 이웃간에 형님.아우하며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흐뭇하다”며“보 수가 잘 끝나 떨어졌던 아파트값이 거의 다 회복되고 이젠 이사가려는 사람이 없어 매물(賣物)도 없다”고 말한다.

<은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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