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형제 연주자 ‘환상의 앙상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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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레 프레르’의 게이토(30·左)와 모리야(35) 형제. [유니버설 코리아 제공]

 남성 피아니스트 두 명이 한 대의 피아노를 두드리는 동영상이 화제다. 강렬한 리듬의 재즈 음악을 연주하다 둘이 갑자기 자리를 바꾸기도 하고, 네 개의 팔을 이리저리 꼬아서 치는 모습이 곡예에 가깝다. 쾅쾅 발을 구르는 건 비교적 얌전한 동작. 건반의 뚜껑을 두드리다가 피아노 줄을 아예 직접 튕기기도 한다.

지난달 TV의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일본의 듀오 피아니스트 ‘레 프레르(프랑스어로 형제)’다.

“집에 피아노는 한 대뿐이고, 연습은 해야겠고…. 이렇게 칠 수밖에 없었어요. 자연히 포 핸즈(four hands·한 피아노에서 두 명이 치는 방법)가 됐죠. 그리고 남이 아니니까, 이렇게 딱 붙어 앉아 연주하는 것도 별로 이상하지 않죠?”

내한 공연(3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11월 1일 제주 한라대 한라아트홀)을 위해 한국을 찾은 ‘레 프레르’의 사이토 모리야(35)와 게이토(30)는 일곱 남매 중 셋째·다섯째다. 그들은 “형제 음악가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서로에게서 발견하며 성장한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형제·자매 음악가들은 세계적으로 많다. 12월 9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하는 르노(32·바이올린)·고티에(27·첼로) 카퓌송 또한 ‘형제 화음’을 자랑하는 일류 연주자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가족 연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첼리스트 고티에(左)와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 형제. [크레디아 제공]

 ◆우연한 계기들=“첫 무대는 강아지 때문이었어요.” ‘레 프레르’ 형제는 2002년 도쿄에서의 첫 무대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연을 했어요. 집에 있는 피아노에서 둘이 장난칠 때처럼 신나게 연주하면 청중이 많이 올 거라 생각했죠.” 이후 2006년 첫 앨범 ‘피아노 브레이커(piano breaker)’를 내면서 이들은 오리콘 차트 10위 안에 진입하는 스타가 됐다.

카퓌송 형제에게는 한 장의 앨범이 큰 역할을 했다. 고티에는 한 인터뷰에서 “다섯 살쯤에 형이 선물한 CD를 듣고 첼리스트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의 음반이었다.

피아노와 첼로를 동시에 공부하던 고티에는 “진정 음악 속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첼리스트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기억한다. 현악기에 전념하게 된 카퓌송 형제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동시에 단원으로 활동하며 안정된 호흡을 연습했다. 이후 첫 듀오 앨범으로 발매한 ‘페이스 어 페이스(face a face)’는 형제에게 ‘올해의 젊은 연주자상’을 안겼다.

◆“달라서 잘 맞아”=형제 사이의 공통·차이점을 찾아보는 것은 청중에게 또 다른 재미다. ‘형제 앙상블’의 연주자들은 “우리는 완전히 다른 연주 스타일과 성격”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피아노 듀오인 라베크 자매의 언니 카티아(58)는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동생 마리엘레(56)는 온화하고 풍성하게 연주한다. 제1·2 피아노를 나눠 맡아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사이다.

‘레 프레르’ 형제는 “형은 집에서 악보를 파고들고, 동생은 시간만 나면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말했고, 카퓌송 형제는 “성격이 정반대인 만큼 음악적 해석에서도 자주 부딪히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의 대표적 ‘형제 연주자’인 정 트리오(정명화·경화·명훈)는 악기 취향이 서로 달랐다. “세 명 모두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경화(바이올린)는 꾸벅꾸벅 졸곤 했고 명훈(피아노)이는 건반의 화음에 정신없이 빠졌다”는 것이 맏이 정명화의 기억이다.

형제 지휘자가 잇따라 내한하는 우연도 있다. 헝가리 태생의 지휘자 이반(57)·아담(59) 피셔 형제는 각각 내년 6월·11월 내한한다. 동생은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형은 하이든 필하모니를 지휘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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