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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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번호 이동제’라는 말을 자주 듣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틴틴 친구들도 번호이동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바꾼 적이 있을 거예요. 번호이동은 기존 휴대전화의 번호는 그대로 쓰면서, 서비스 통신회사를 옮길 수 있는 제도예요. 엄밀히 말하면 번호를 바꾸는 게 아니라 통신사를 바꾸는 거죠. 이 제도가 휴대전화와 유선전화에 이어 인터넷전화(VolP)에도 조만간 도입될 예정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초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를 빨리 시행키로 결정해서죠. 지금까지는 인터넷전화를 쓰려면 식별번호인 ‘070’이 앞에 붙어서 불편했어요. 인터넷전화 요금이 싸지만 원래 쓰던 번호를 바꾸는 부담으로 인터넷전화 가입을 망설이던 사람이 많았죠. 여기다 070 식별번호가 광고성 스팸(쓰레기) 전화번호처럼 느껴져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은 사례까지 있었어요. 하지만 앞으론 이런 불편 없이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번호이동이 요금 경쟁 이끌어=우리나라에서 번호이동제는 2004년 1월 휴대전화에서 시작됐어요. 소비자들이 이통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 서비스 회사 간의 공정한 경쟁을 활성화시켰죠. 이 제도가 실시되면서 이통사들은 번호이동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어요. 단말기 구입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통신요금을 낮추는 등 다양한 전략을 사용했죠. 올 3월엔 휴대전화 번호이동 가입자가 119만 명으로 한 달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냈어요. 이통사 간에 경쟁이 너무 치열해 공짜폰이 난무하는 등 부작용도 있어요. 그래서 방통위가 올 3월 말 의무약정제(서비스를 오래 사용하면 단말기 보조금을 더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의 번호이동 고객은 현재 3000만 명을 넘었어요. 전체 가입자의 70%에 해당해요. 번호이동은 선진국에서 먼저 도입했어요. 영국이 1999년, 호주가 2001년, 미국이 2003년부터 번호이동제를 서비스했어요. 다만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 달리 번호이동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어요. 전체 통신서비스 가입자 중 번호이동 이용자 비율이 영국은 7%, 호주가 25%, 미국이 10%에 불과해요. 이들 나라에서는 번호이동을 통한 서비스 변경 절차가 우리나라처럼 즉시 이뤄지지 않아서죠. 어떤 나라는 번호이동 절차 인증작업이 한 달씩 걸리기도 해요.

◆번호이동으로 인터넷전화 활성화=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요금이 싸다는 거죠. 유선전화의 요금제는 시내외 권역으로 나뉘어 있고, 시외전화 요금은 3분당 250~261원이에요. 이에 비해 인터넷전화 요금은 시내외 구분 없이 3분당 38~39원이죠. 국제전화 요금에서도 인터넷전화의 미국 통화료가 분당 50원인 데 비해 유선전화는 276~282원이에요. 유선전화로 휴대전화에 통화할 때도 요금이 10초당 14.5원인데, 인터넷전화는 11.7원 정도입니다. 시내전화는 비슷하지만 시외전화와 국제전화의 요금은 차이가 커요. 특히 같은 통신회사의 인터넷전화를 쓰면 가입자 간에 공짜로 통화할 수 있어요. 업계에선 휴대전화 사용의 30% 정도가 집안에서 이뤄지고 있어 인터넷전화가 활성화되면 가구당 통신요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에요.


여기다 통신회사들이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TV·전화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내놓으며 요금을 더 깎아주고 있죠. 번호이동제가 본격 실시되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요금제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상품 내역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해요. 인터넷전화는 또 부가서비스가 다양해요. 휴대전화처럼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고, 인터넷에 접속해 날씨 등 생활정보와 주가 등 경제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LG데이콤의 마이엘지070은 무선 와이파이(Wi-Fi) 기능이 있어 노트북PC를 2대까지 무선으로 연결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어요.

◆번호이동과 통신망 접속료 논란=인터넷전화의 요금은 서비스 회사마다 기간통신회사(전국 통신망을 갖고 있는 회사)와 맺는 접속료 계약에 따라 달라져요. 접속료는 통신망을 쓰는 대가죠. 인터넷전화는 가입자가 전화를 걸면 인터넷망-교환기-유선전화망 또는 무선전화망 순으로 연결돼 상대방과 통화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인터넷전화 사업자가 교환기-전화망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KT 등 기간통신회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죠. 인터넷전화 서비스 회사들은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위해 접속료를 무료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요.

하지만 인터넷전화 고객이 늘어나고 통화를 오래 할 경우에 접속료 부담이 커져 KT가 무료로 통신망을 빌려주기는 쉽지 않아요. 이에 따라 당초 지난달 말 번호이동제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업체 간의 접속료 문제로 다소 늦춰지고 있죠. 인터넷전화 회사들과 KT 등 기간통신망 회사 간에 밀고 당기는 접속료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물론 KT도 기존 유선전화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인터넷전화 요금제를 속속 내놓고 있어요. 기존 인터넷전화보다 싼 통화당 무제한 요금제와 전국 단일요금제를 선보이고 있죠. 이에 LG데이콤의 마이엘지070은 인터넷전화기를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기존 전화기에 모뎀만 달면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기술을 보급하고 있어요.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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